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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영국과 인도, 뒤집힌 甲乙

바람아님 2016. 1. 12. 10:41

(출처-조선일보 2016.01.12 손진석 국제부 기자)


손진석 국제부 기자영국의 여야 의원 20여명이 얼마 전 롤스로이스 CEO 앞으로 편지를 썼다. 롤스로이스가 어떤 회사인가. 산업 분야에서 영국의 자존심이다. 자동차 부문은 독일에 넘겼지만 비행기 엔진 제조에서 세계 2위를 지키고 있다. 핵잠수함 추진 기술을 갖고 있는 방산(防産) 보물이기도 하다. 2만1000명의 임직원 중 엔지니어가 9000명에 달해 '기술 사관학교' 역할도 한다. 이 회사에 의원들이 서한을 보낸 이유는 180년 넘게 그들의 식민지였던 인도와 연관이 있다.

경영난에 봉착한 롤스로이스는 구조조정을 계획 중이다. 감원(減員)은 기본이고 생산 시설을 해외로 옮기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정치권을 충격에 빠뜨린 건 전투기용 첨단 엔진을 인도에서 제작한다는 계획이다.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둘째치고, 방위 사업의 결정체를 예전 식민지였던 나라에서 만든다는 소식에 영국 주류 사회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여야 가릴 것 없이 의회가 나서 재고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것이다.

 

 

언제까지 중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 걸릴 것인가
무섭게 떠오르는 인도를 주목하자

 

하지만 이미 롤스로이스는 인도인 엔지니어들을 영국으로 불러들여 교육을 했고, 이들을 앞세워 인도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칼자루도 인도가 쥐고 있다. 인도 정부는 국영 방산업체가 개발 중인 차세대 전투기에 롤스로이스 엔진을 장착할 테니 얼른 인도에서 생산을 시작하라며 재촉 중이다. 몇 세기에 걸쳐 굳어진 양국의 갑을(甲乙) 관계가 뒤바뀐 셈이다.

롤스로이스가 인도에 투자하기로 결정한 건 합리적인 선택이다. 세상에는 인건비가 싼 나라가 많다. 하지만 거기에 더해 고급 기술자가 즐비하고, 영어까지 잘 통하는 나라는 흔하지 않다. 정치권력이 서구식 내각제로 안정된 것도 인도의 강점이다. 외국 기업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식 규제를 가하는 중국보다 '정치 리스크'가 덜하다는 얘기다. 아직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올해 경부고속도로 길이의 14배에 달하는 고속도로를 완공할 예정일 정도로 약점을 지우는 속도가 빠르다.

 

연초부터 인도 얘기를 꺼내는 건 상하이 증시가 출렁대자 코스피가 속절없이 따라 무너지는 광경을 보면서 무기력을 느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중국이 중요하다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하지만 언제까지 중국이 기침만 해도 독감에 걸리면서 마냥 끌려다니기만 할 것인가.


중국은 성장 속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우리도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조금은 낮출 시점이 됐다. 관심을 가질 만한 나라로는 인도만 한 곳이 없다. 인도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2013년)→9위(2014년)→7위(2015년)로 매년 계단을 뛰어오르는 중이다. 하버드대 국제개발센터는 2015년 이후 10년간 인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경제사회국은 2022년이면 인구도 인도가 중국을 추월한다고 예고한다. 미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인도에 대한 관심을 키우고 투자도 늘리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