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군 전곡리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00만 년 전 인류 화석 '호모 날레디'가 발견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어요. 45억 년 지구 역사에 비해 수백만~수십만 년
전에 불과한 인류의 등장은 매우 최근 일 같지요?
하지만 지각변동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지구에서 고인류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무척
어렵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에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았을까요?
약 30만 년 전, 큰 강 주변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호모 에렉투스가 살고
있었다고 해요.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 변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프랑스의 산타 아슐 유적을 표준으로 하는 구석기 문화) 주먹도끼는
바로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랍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석기로,
타원형·삼각형 모양으로 양쪽 면을 고르게 손질해 석기의 옆면이 마치 두 손바닥을 모은 것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1978년 학계에 처음 알려진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세계 구석기 역사를 단번에 뒤집어 놓은 화젯거리가 되었죠.
전곡리 유적이 발견되기 전만 해도 세계 구석기 문화는
유럽·아프리카 지역의 아슐리안 문화와 동아시아 지역의 찍개 문화로 나눠진다는 모비우스의 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어요.
이 학설은 서구보다 동아시아의 구석기 문화가 뒤떨어지고 정체되었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었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됐지요.
그 후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의 자존심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해마다 다채로운 구석기 축제가 열려요.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까닭에 연천군은 한국전쟁 때 치열한 격전지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