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歷史·文化遺産

신문은 선생님 [아하! 이 장소] 아슐리안 주먹도끼 발견,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의 자존심 찾다

바람아님 2016. 1. 11. 09:52

(출처-조선일보 2016.01.11 김옥선·교사(용인 백현중), 기획·구성=김지연 기자)

연천군 전곡리


지난해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300만 년 전 인류 화석 '호모 날레디'가 발견돼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어요. 45억 년 지구 역사에 비해 수백만~수십만 년 

전에 불과한 인류의 등장은 매우 최근 일 같지요? 

하지만 지각변동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지구에서 고인류의 흔적을 찾아내는 건 무척 

어렵답니다. 그렇다면 우리 한반도에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살았을까요?


약 30만 년 전, 큰 강 주변에서 수렵·채집 생활을 하던 호모 에렉투스가 살고 

있었다고 해요.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 한탄강 변에서 발견된 아슐리안(프랑스의 산타 아슐 유적을 표준으로 하는 구석기 문화) 주먹도끼는 

바로 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이랍니다. 아슐리안 주먹도끼는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전기 구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석기로, 

타원형·삼각형 모양으로 양쪽 면을 고르게 손질해 석기의 옆면이 마치 두 손바닥을 모은 것처럼 보이는 게 특징이에요.

1978년 학계에 처음 알려진 전곡리 구석기 유적은 세계 구석기 역사를 단번에 뒤집어 놓은 화젯거리가 되었죠. 

전곡리 유적이 발견되기 전만 해도 세계 구석기 문화는 

유럽·아프리카 지역의 아슐리안 문화동아시아 지역의 찍개 문화로 나눠진다는 모비우스의 학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어요. 

이 학설은 서구보다 동아시아의 구석기 문화가 뒤떨어지고 정체되었다는 관점을 내포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전곡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었고,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됐지요. 

그 후 전곡리 유적은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의 자존심이 되었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해마다 다채로운 구석기 축제가 열려요.


지난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는 한탄강 물이 용암대지를 침식해 만든 재인폭포(왼쪽)를 비롯해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전곡리 선사 유적지는 아슐리안 주먹도끼(오른쪽 위)가 출토돼 세계적 구석기 유적지예요.

 지난해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된 
경기도연천군 전곡리는 한탄강 물이 
용암대지를 침식해 만든 재인폭포
(왼쪽)를 비롯해 아름다운 경관을 
가지고 있어요. 

또한 전곡리 선사 유적지는 
아슐리안 주먹도끼(왼쪽 위)가 
출토돼 세계적 구석기 유적지예요. 
/사진작가 한성필 제공
더불어 유적에서 가까운 한탄강·임진강 일대는 지난 12월 지구과학적으로 중요하고 경관이 뛰어난 점을 인정받아 
국가지질공원이 됐어요. 북쪽으로부터 구불구불 흘러든 임진강과 한탄강의 두 물줄기는 아름다운 지형을 이루고 있어요. 
강물은 오래전 분출된 용암대지 위를 천천히 흐르면서 하천 바닥을 깊게 파 놓아 멋진 협곡과 폭포도 만들었죠. 
강 양옆에는 주상절리(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암석에 수직으로 틈이 생겨 만들어지는, 오각·육각기둥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형 구조)가 발달해 수직 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답니다. 
이 절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사를 불러일으켜요. 
한탄강·임진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은 한반도 지도를 그릴 때 기준점 중 하나인 '중부원점'으로도 쓰이지요. 
또한 연천은 고구려, 신라, 백제 세 나라의 국경이 맞닿았던 곳이기도 해요.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까닭에 연천군은 한국전쟁 때 치열한 격전지였어요.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인 태풍 전망대가 유명하지요. 
따라서 이곳은 한반도 그 어디보다 분단의 아픔을 직접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해요. 
지정학적 중요성에 따라 구석기시대부터 근현대까지 모든 역사의 중심에 서 있는 곳이랍니다. 
과거 인류의 흔적과 한국전쟁의 기억을 모두 간직하고 있는 연천에서 지난날을 돌아보며 희망찬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