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16-1-18
위(魏)·촉(蜀)·오(吳)의 60년 삼국지를 진(晋) 무제 사마염이 통일했을 때 백성들은 이제 평화가 오는가 싶었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290년 무제의 죽음이 혼란의 시작이었다. 형과 아우, 친척 간에 서로 죽고 죽이는 피비린내 나는 권력 쟁투가 16년이나 이어졌고 쇠약해진 국력은 변방 민족을 자극해 오호란화(五胡亂華)·영가지란(永嘉之亂) 같은 외침을 불렀다. 지배계층과 이들을 따르는 백성들은 결국 전란을 피해 정든 집을 버리고 낯선 남쪽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한때 중원의 주인이었던 이들이 이주민으로 바뀌며 객가(客家)는 탄생했다.
객가의 역사는 곧 피난의 역사다. 여진의 금(金)이 중원을 도모했을 때 객가는 송나라 황실을 따라 광둥으로 내려갔다. 당시 호적은 이주민을 '객(客)'으로 표시해 입적(객적·客籍)했고 이후 그들 스스로 객가라 부르며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피난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만주족이 산하이관(山海關)을 넘어 베이징을 함락했을 때도,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의 난이 평정된 후에도 보따리를 챙겼다. 이들이 두꺼운 벽으로 지은 원형의 '토루'라는 집에서 30~40가구씩 모여 사는 것은 이러한 경험에서 얻은 방어본능 때문이었다. 시련은 영웅을 만들어낸다고 했던가. 태평천국 난을 이끈 홍수전(洪秀全), 신해혁명의 쑨원(孫文), 중국혁명의 마오쩌둥,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 모두 객가 출신이다.
객가가 또 한 명의 정치 리더를 탄생시켰다. 대만 총통선거에서 야당인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56.1%의 득표율로 국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전에 있었던 시장과 총통 선거에서의 패배를 딛고 대만 최초의 여성 총통 탄생을 알린 역전극이었다. 하지만 그가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그 앞에 놓인 '대만 독립'이라는 산이 아직 너무 높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가 홍수전이 될지 덩샤오핑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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