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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동사'했다고 장의사까지 불렀는데..기적의 생환

바람아님 2016. 1. 23. 00:18
SBS 2016-1-21

지난 1993년 '람보'의 히어로 실베스터스탈론이 주연한 영화 ‘데몰리션맨’은 제목 그대로 냉동됐던 주인공이 부활하면서 활약하는 내용을 다룬 영화인데요. 이 영화를 비롯해 한동안 냉동인간을 소재로 한 영화가 붐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 냉동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사람의 혈액을 모두 빼내고 응고를 막을 수 있는 동결보호제 같은 약품을 체내에 주입한 뒤 액체질소를 가득 채운 영하 200도 가까운 금속용기 안에 넣어둡니다. 냉동인간을 만드는 이유는 지금은 고칠 수 없는 불치병 환자지만 시간이 흘러 과학기술이 발달한 시대가 되면 그 사람을 꺼내 소생시킬 수 있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런 노력은 미국에서는 이미 196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 75세로 간암에 걸려 사망신고를 받은 심리학자 베드포드 박사가 첫 냉동인간의 모델이 됐는데요, 암이 정복될 때쯤 깨어나 제2의 인생을 살겠다는 것입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애리조나주의 냉동인간 회사인 '알코어 생명재단(The Alcor Life Extension Foundation)등 몇 곳에서 이런 목적으로 100여 구의 냉동인간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냉동인간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지난해 임상범 특파원이 월드리포트에서 상세하게 다룬 바 있습니다. (▶ [월드리포트] 부활 꿈꾸는 '냉동인간'…축복인가 저주인가?) 냉동인간이 과연 잠에서 제대로 깨어날 수 있을지는 과학기술의 발전에 달려있을 텐데 그 결과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냉동인간의 부활 같은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주인공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에 다니는 26살 저스틴 스미스였습니다. 스미스는 지난해 2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저녁 9시 반쯤 친구와 술을 마신 뒤 집까지 약 2마일 정도되는 길을 걸어 돌아오다가 쓰러졌습니다.


길에서 미끄러졌는지 무언가에 머리를 부딪쳤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는데 다음날 발견될 때 스미스는 눈더미 위에 눈을 뜬 채로 똑바로 누워 얼어있는 상태였습니다. 당시 새벽 기온이 화씨 4도 이하였으니까 섭씨로 영하 15도가 되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아들을 찾아나선 아버지는 아침 7시 반쯤 아들을 발견했습니다. 발견 당시 아버지는 맥박과 심장박동을 체크해 봤지만 허사였습니다. 아들은 숨을 쉬지 않았고 맥박도 없었으며 팔다리는 추위로 검게 변해 있었는데 아버지는 당시 아들의 몸이 콘크리트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를 처음 본 응급의료진과 경찰은 그가 숨졌다며 천으로 얼굴을 덮었고 장의사를 불렀습니다. 그냥 흔히 일어나는 동사로 끝날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포기하지 않았고 당시 LVHN (Lehigh Valley Health Network)에서 일하는 의사 콜맨이 적극 나서 스미스를 헬기로 큰 병원으로 옮겨보자고 제안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긴급 이송된 스미스를 치료하러 모인 의료진은 폐나 심장에 손상을 입은 환자처럼 심폐소생술을 했고, 몸 바깥에 혈관을 만들어 혈액을 공급하는 ECMO (Extra 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를 통해 스미스의 차가운 혈액을 따뜻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보름간 코마 상태에 있던 스미스는 기적적으로 눈을 떴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의사들은 그가 깨어나도 뇌에 손상을 입었을 것으로 염려했는데 뇌 손상도 거의 없었다는 것입니다. 심한 동상으로 새끼손가락과 발가락을 일부 절단했지만, 생명을 되찾은 것입니다.


의료진은 인간의 체온이 갑자기 매우 낮은 상태로 떨어지면 뇌를 보호하는 기능이 작용하지만, 스미스에게 일어난 것은 과학적으로 상상하기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스미스는 사고가 일어난 뒤 3개월간 입원했다 퇴원해 다시 심리학 등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새끼손가락과 발가락을 잃었지만, 주말엔 골프도 치고 있다고 합니다.



스미스는 며칠 전 죽음에서 자신을 소생시켜준 병원을 가족과 함께 방문해 의료진에게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꿈에서 깨어난 것 같지만,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며 "나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고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위대한 사람들이 함께하면 불가능은 없고 자신이 그 산 증인"이라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스미스가 겪은 일은 여러 번 언급한대로 기적 같은 일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접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그를 살려낸 의료진의 용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특히 한 의사가 건강하게 병원을 다시 찾은 스미스에게 한 말이 잔잔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그 의사는 스미스에게  "모든 일이 일어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면서 "스미스에게 일어난 일은 내가 매일 왜 이 일을 하는지에 대한 믿음을 일깨워 줬다"고 말했습니다.    

    

김우식 기자kwsik@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