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 / 虗天 주응규
일출의 바램을 담으셨나 일몰의 바램을 품으셨나
해와 달이 노닐다 지나는 자리마다 소리 없이 피고 지는 꽃잎 풀잎은 사시사철 형형색색의 풍치(風致)를 끝없이 펼친다
세월의 긴 물길로 튼 쿰틀어진 비탈길로 속세를 삐쳐나 온 구름과 바람은 번뇌 지고 와 한시름을 덜고 지난다
운무의 덫에 갇힌 산짐승과 산새들의 우짖는 소리 산울림으로 고요를 가르면 시각(時刻)의 초침에 매달려 울어 치는 갖은 사연들 다독여 품어 안는다
山은 실다운 너울가지가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베고 누워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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