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12 김태근 논설위원 김도원 화백)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챙기는 직업은 인류 문명과 함께 출발했다. 구약 잠언에 고리대금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삼국사기에도 곡식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은 기록이 있다.
전문 용어와 첨단 투자 기법으로 포장한 금융도 따져 보면 본질은 '이자 놀이'다.
시장은 돈을 은행에 맡기는 개인, 돈을 빌려주는 은행, 빌린 돈으로 사업하는 기업이 있어 움직인다.
그 윤활유가 이자다.
▶이자의 상식을 2년 전 유럽 중앙은행이 처음 뒤집었다.
▶이자의 상식을 2년 전 유럽 중앙은행이 처음 뒤집었다.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는 시중은행에 이자를 주기는커녕 보관료 0.1%를 내라 했다.
경기가 가라앉아 시중에 돈이 안 돌자 은행들이 돈을 풀도록 압박하는 '마이너스 금리'다.
말이 좋아 마이너스 금리지 실은 벌금이다.
덴마크·스위스·스웨덴이 여기에 동참했다.
▶그러자 전에 없던 일이 벌어졌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손해여서 현금을 지니는 사람이 늘었다. 금고와 고액권 수요가 폭증했다.
값을 선불하거나 빚을 빨리 갚을 때 주는 혜택도 사라졌다. 미리 받는 게 불리해서다.
유럽 각국은 "세금을 천천히 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가게에선 일시불·선불 대신 장기 할부와 후불을 우대하기 시작했다.
한 달분을 선불하면 10% 할인해주던 동네 목욕탕이 '선불은 10% 할증합니다' 하고 나올 판이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갑을 관계도 뒤집혔다.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 갑을 관계도 뒤집혔다.
덴마크·포르투갈에선 주택 대출금을 빌린 사람이 거꾸로 은행에서 다달이 이자를 받아 챙긴다.
은행에 맡겨 봐야 손해가 나니 그나마 수익을 내는 부동산으로 투자자가 몰린다.
덴마크의 작년 상반기 집값 상승률은 8%에 이른다.
그래서 마이너스 금리가 오래가면 주식과 부동산에 거품이 잔뜩 낄 것이라고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시장은 환호 대신 공포에 사로잡혔다.
도이체방크·HSBC 같은 대형 은행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주가가 폭락했다.
이 바람에 영국·독일 증시가 20% 넘게 주저앉았다.
다음 주 마이너스 금리 실험에 나서는 일본도 주가가 지레 10% 이상 떨어졌다.
그런데도 일본과 유럽은 "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며 해보지 않던 실험을 계속할 태세다.
0%대를 맴도는 성장률과 물가를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앞을 모르는 길도 마다하지 않겠단다.
세계경제는 난마(亂麻)처럼 얽혀 있다. 마이너스 금리의 파장은 우리에게도 몰아닥칠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 가치가 줄어드는 세상에서 경제 이론은 맥을 못 춘다.
아무래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폭풍우가 곧 몰려올 것 같다.
금리가 뭔지 다시 공부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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