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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유로존 이어 日도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바람아님 2016. 2. 20. 00:32
문화일보 2016.02.19. 15:40

각국 디플레이션 우려 커지자 고강도 경기진작 ‘고육책’

금융불안 부작용에 부양효과 미미… 韓 도입 가능성 ‘0’

유럽 지역 중앙은행들에 이어 일본은행이 경기 부진을 벗어나기 위해 지난 16일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이나 실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 개인 및 기업 예금·대출 금리의 마이너스 금리 적용 가능성에 대한 궁금증이 늘어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과 실물 경제, 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우리나라의 도입 가능성 등을 10문10답을 통해 알아본다.


1 마이너스 금리란

마이너스 금리란 이론적으로 돈을 은행에 맡기면 이자를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관료’ 형식의 돈을 내야 하고, 돈을 대출하면 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통상 마이너스 금리는 은행과 기업·가계 간 거래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중앙은행과 일반은행 간 거래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은행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에 대비하는 돈인 예치금을 중앙은행에 맡길 때 보관료 부담을 줘서 시중에 돈이 더 많이 풀리도록 하려는 것이다.


2 현재 채택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곳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덴마크, 스위스, 스웨덴, 일본 등 5개 경제권이다. 가장 먼저 덴마크 중앙은행은 지난 2012년부터 기준금리 가운데 하나인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를 마이너스로 인하했으며, 현재는 -0.65%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시중은행이 ECB에 맡기는 예치금에 대한 금리를 -0.3%로 낮췄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현재 스위스의 기준금리인 3개월 만기 리보(Libor) 금리 범위를 -1.25∼-0.25%로 하고, 시중은행이 맡기는 예치금에 적용하는 금리는 -0.75%를 유지하고 있다. 스웨덴 중앙은행도 기준금리인 환매조건부채권(레포)금리를 -0.5%로 책정했다. 지난 16일부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도입한 일본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지급준비금을 초과해 신규로 예치하는 자금에 매기는 금리를 -0.1%로 인하했다.


3 도입 배경은

각국 중앙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잇달아 도입한 것은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다. 보통 금리 인하는 시장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금을 은행 계좌에 묶어두지 말고 시중에 풀도록 유도한다. 이를 통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기를 부양시킨다.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낮출 경우 ‘은행에 자금을 맡기려면 수수료를 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고강도 경기부양책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마이너스 금리 제도를 채택한 일본 역시 저유가와 중국 경기둔화 등 글로벌 악재에다 소비세 인상 등으로 지난해 12월 물가상승률이 0.1%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가 커지자 이 같은 고강도 경기부양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4 환율 등 금융시장 영향은

환율은 금리 한 가지 변수만으로 변동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한 나라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그 나라 화폐의 환율은 하락(통화가치 상승)하는 상관관계를 갖고 있다. 한 나라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은행에 예금하거나, 채권 등에 투자하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외국인들도 해당 국가의 화폐를 사려고 할 것이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그 나라 화폐 가치가 상승하게 되고, 그 결과 환율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줄고,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리게 될 것이다. 금리가 떨어지니 그 나라 화폐를 팔아 달러로 바꾸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늘어나게 되고, 환율은 상승하게 된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일본 정부의 의도도 이와 같다. 금리를 내려 엔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이다.


5 실물 경제 영향은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는 이유는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금리를 낮출수록 돈을 구하는 게 쉬워지기 마련이다. 지난 2014년 6월 예치금 금리를 -0.1%로 채택한 것을 시작으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고 있는 ECB는 마이너스 금리와 함께 대규모 양적완화를 병행하면서 성장률 제고에 나서고 있다. 미약한 성장세가 나타나고는 있지만 높은 실업률, 고용의 질 악화 등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마이너스 금리를 통해 기업투자와 소비가 활발해지기를 노리고 있다.


6 가계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나

유럽과 일본 모두 개인이나 기업이 은행에 갖고 있는 예금 계좌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되는 것은 아니다. 금리가 마이너스라면 예금자들이 손해를 보게 되므로 은행에 돈을 맡기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0%대로 수렴하는 등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깝게 떨어지고 있다. 일본 최대 규모의 유초은행(우체국은행)은 저축 이자율(연리)을 지난 9일 0.03%에서 0.02%로 낮춘 데 이어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대형 은행인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과 동일한 0.001% 수준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출자들에겐 저금리의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본 리소나은행이 10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대 금리를 연 0.9%에서 0.15%로 낮추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같은 수준으로 잇따라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가계와 기업의 불안감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로 다가오자 일본에서 가정용 금고 판매량이 더 늘고 있다. 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 집에 쌓아놓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7 도입했는데 경제 왜 안 좋아지나

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유동성이 늘어나 경기가 부양된다는 것은 경제학 교과서에 실려 있는 내용이다. 이 때문에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낮추면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에 여러 국가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하지만 금리를 마이너스까지 떨어뜨리는 것은 지금까지 누구도 걸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라는 맹점이 있었다. 마이너스 금리 채택 후 경제가 중앙은행들의 기대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도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상하지 못한 것이 은행의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다. 저금리에 악화된 은행 수익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더욱 곤두박질친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 도입으로 은행의 대출 여력이 늘어나고 수익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실제로 독일 도이체방크를 비롯한 유로존 은행 위기가 불거지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은행의 수익성 악화 우려도 커지면서 유럽과 일본 은행 주가가 폭락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 또 은행들은 수익 악화를 우려해 대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시중 유동성이 오히려 경색되고, 경기가 가라앉을 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다.


8 마이너스 금리 무용론도 나오는데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가 없다 보니 일각에서 무용론이 제기되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시장에 경기가 나쁘다는 인식을 심고,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 카드를 소진했다는 신호를 줘서 경기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마이너스 금리가 경기 부양에 효과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통화가치 방어에는 일부 유효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스웨덴의 노디아뱅크를 인용해 자국 통화가치 방어를 위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덴마크와 스위스에서는 정책이 효과를 발휘했지만, 경기 진작이 목적인 유로존과 일본, 스웨덴에서는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지 피터슨 노디아뱅크 연구원은 “마이너스 금리가 자국 통화가치를 내리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대출을 촉진하는 데는 소용이 없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9 향후 도입 가능성 있는 나라는

미국의 CNBC는 지난 12일 전문가들의 전망을 토대로 올해 안에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가능성이 큰 5개국으로 캐나다와 노르웨이, 이스라엘, 영국, 체코를 꼽았다. 1순위로 꼽힌 캐나다의 기준금리는 현재 0.5%로 유지되고 있다. 2014년까지 1%였다가 지난해 1월과 7월에 각각 인하됐으며, 올 1월 회의에서는 캐나다 달러 약세 등을 이유로 동결됐다. 캐나다의 다음 통화정책회의는 오는 3월 9일 열린다. 기준금리인 요구불예금 금리를 지난해 9월 이후 0.75%로 유지하는 노르웨이도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예상된다. 노르웨이는 요구불예금 할당금액을 넘어선 예금에 대해서는 이미 -0.25%의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현재 기준 금리가 0.1%인 이스라엘은 3개월 이내에 -0.1%로 낮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2014년 이후 디플레이션을 겪는 이스라엘은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도 0.1% 떨어져 이르면 오는 22일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금리 인상 후보로 꼽혔던 영국도 금리를 내려 마이너스 금리 시대가 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체코는 올 2분기 중에 기준금리를 -0.2∼-0.1%로 내릴 가능성이 있다.


10 韓銀의 도입 가능성은

우리나라의 경우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인 연 1.50%는 사상 최저 수준인 데다 한은이 부작용을 우려해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해 매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한국은 지금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고, 한은은 최대한 빨리 기준금리를 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0%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은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로금리까지 갔을 때의 부정적 영향을 간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즉각 반박한 바 있다. 마이너스 금리는커녕 제로 금리도 우리나라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2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의중을 다시 드러냈다. 이 총재는 일본·유럽 등의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을 하는 나라는 하나같이 기축통화국”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비상식적 대응을 할 상황이 아니다”고 단언했다. 그는 “기준금리 조정의 여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침체에 해당하는 마이너스 성장이라든가 디플레이션 우려가 당장 닥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취할 단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김석·김충남·박정경·김리안 기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