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닷컴 2016.02.15 우병현 조선비즈 취재본부장)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국산 저가폰 공세와 프리미엄폰의 수요 절벽 앞에서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여 있다.
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자니, 중국 업체 수준의 원가에 도저히 대응할 수 없다.
프리미엄 시장을 스스로 허물면서까지 저가폰 시장을 키울 수도 없다.
앞으로 몇 년을 더 버티느냐가 문제일 뿐, 화려했던 전성기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덤비면 반드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죽기 살기로 덤비면 반드시 살길을 찾을 수 있다.
다만 사즉생(死則生) 도전을 해당 기업이나 산업계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한국 IT산업의 경쟁력 그 자체가 테스트베드 코리아(Testbed Korea)라는 특유의 산업 전략을
정부·의회·소비자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밀어붙인 데서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내수시장을 지닌 패권국가의 산업 전략은 소프트웨어·마켓플레이스 등 플랫폼을 차지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이다. 중간 규모 이하 국가는 패권국가의 표준을 재빨리 채택, 응용 제품을 만들어 파는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
전략이 최선이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까지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어 모범 국가였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까지 전형적인 패스트 팔로어 모범 국가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를 맞아 패스트 팔로어를 테스트베드 전략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즉, 패권 국가에서 상용화를 주저하는 신기술을 도입해 과감하게 먼저 상용화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한 파생 기술력을
글로벌 무대에 팔아 성공 신화를 썼다.
실제 삼성 휴대폰 성공 신화의 출발점은 세계 최초의 CDMA(디지털 이동통신 방식) 상용화였다.
1994년 한국이 퀄컴의 기술을 도입해 CDMA망을 전국에 구축하면서 삼성과 LG는 CDMA폰 시장에서 노다지를 줍다시피 했다.
특히 100만원대 고가 휴대폰을 바꿔 사용하면서 첨단기술을 마음껏 테스트해준 국내 소비자들이 삼성전자를 세계적
기업으로 키워냈다.
테스트베드 전략과 디지털 기술 혁명 간 궁합은 찰떡이다.
테스트베드 전략과 디지털 기술 혁명 간 궁합은 찰떡이다.
디지털 기술은 한국과 같이 좁고 밀집한 시장에 순식간에 보급되는 특징을 지닌다. 나아가 특정 테스트베드에서 축적된
파생 기술도 글로벌 무대의 문화 장벽에 영향받지 않고 그대로 이식된다.
한국의 휴대폰과 온라인 게임 산업이 바로 테스트베드 전략으로 세계 최고가 된 사례이다.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퍼스트무버만 외쳤던 것은 일시적 성공에 취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산업 정체성을 잊어버린
그런데도 지난 10년 동안 퍼스트무버만 외쳤던 것은 일시적 성공에 취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산업 정체성을 잊어버린
탓이다. 중국 산업의 패권화는 한국에 위기이자 동시에 자기 정체성을 깨닫게 하는 자극제이기도 하다.
삼성과 LG가 몰락의 운명에서 탈출하려면 정부와 의회, 그리고 소비자들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코리아
전략을 꺼내 들어야 한다. 한반도 전체를 테스트베드 삼아 상용화할 경우, 세계 최고의 파생 기술력을 지닐 수 있는 분야는
수두룩하다. 가령 한반도 전체를 전기차와 자율주행 천국으로 만들면 전기차 제조 및 서비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또 바이오·핀테크·VR(가상현실) 등 테스트베드 코리아 소재가 널려 있다.
문제는 규제다.
정부와 의회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어떤 신기술도 두려움 없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창조적으로 응용하는
국내 소비자를 믿고 규제를 화끈하게 풀어 국내 기업들이 테스트베드 코리아를 마음껏 펼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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