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經濟(內,外)

'마이너스 금리' 역풍 두개로 나뉜 지구촌

바람아님 2016. 2. 15. 00:59
한겨레 2016.02.14. 20:26

마이너스 금리가 세계경제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일본 중앙은행이 지난달 29일 시중은행의 중앙은행 예치금 가운데 일부에 대해 -0.1%의 금리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뒤 역풍이 불면서다. 스웨덴 중앙은행이 11일 기준금리를 -0.35%에서 -0.50%로 내리며 논란은 증폭됐다.


유럽·일본 이어 미국 “재검토”
캐나다·영국 등 동참 가능성

“디플레이션에 대응 효과적”
“금융 악화·부동산 부작용”

한은, 16일 금통위서 논의 관심
아직까진 마이너스 금리 ‘부정적’

일본 중앙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공표한 직후만해도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주가는 올랐다. 의도했던 정책효과가 실현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엔화 가치와 주가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금융시장의 불안지수가 크게 높아졌다. 그 파장이 유럽과 미국, 아시아쪽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요동쳤다.


잠잠하던 마이너스 금리 반대론자들이 목소리를 높인 것은 당연하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되레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시중은행의 주요한 수익원인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이 줄어들면서 수익이 악화되고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돼 위험을 키운다는 것이다. 앞으로 경기침체가 닥치거나 하면 금리 인하 카드를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 등도 든다.

이런 비판에도 마이너스 금리 지지론자들이 물러설 낌새는 없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 중앙은행 총재는 얼마전 시중은행의 수익이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경제가 성장궤도를 되찾음으로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12일에는 “추가적인 금융완화(마이너스 금리 인하 등)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조지프 가농 연구위원은 일본 중앙은행이 좀더 과감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를 더 낮추고 양적완화를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가농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출신의 통화정책 전문가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11일 당장 실행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마이너스 금리 적용 가능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관련 논의에 힘을 실었다. 연준은 2010년에도 마이너스 금리 적용 여부를 논의한 바 있다.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합류할 후보군도 거론되고 있다. 미국 <씨엔비시(CNBC)>는 최근 전문가들의 전망을 토대로 올해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내릴 가능성이 큰 중앙은행 5곳을 꼽았다. 캐나다와 노르웨이, 이스라엘, 영국, 체코 중앙은행이 그들이다. 현재는 유럽중앙은행과, 스웨덴, 스위스, 덴마크, 일본 중앙은행 등 5곳이 시행중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거나 채택하려는 중앙은행이 늘어나는 것은 정책금리가 0%에 이른 상태(0% 하한)라 새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우선 과도한 자본유입에 따른 자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통화가치 상승과 경기 부진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이 늘어나는 데 대응하고 금융 상황을 개선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자국 통화가치 하락과 실질금리 하락을 통해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경기 진작을 꾀할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폐해가 없을 리 없다. 대표적으로 예금 인출과 금융기관 수익 악화, 부동산시장 거품 형성 가능성이 거론되나 아직까지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가보지 않은 길’인 마이너스 금리 대열에 동참할 개연성은 크지 않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세달 전 마이너스가 아닌 0%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럼에도 한은으로서는 마이너스 금리라는 새 흐름이 고민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16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경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