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에 따른 국제 사회의 제재에는 지금까지 단행되지 않았던 초강력 조치들이 망라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5일(현지시간) 전체회의에서 지난 50일 동안 검토 끝에 마련된 대북 제재결의안 초안을 회람하고, 회의 후 이례적으로 언론에 내용을 공개했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를 공언했던 미국의 서맨사 파워 유엔대사가 직접 브리핑에 나섰다.
제재 항목을 하나씩 발표할 때마다 '사상 처음으로'라는 점을 강조한 파워 대사는 초안이 그대로 안보리에서 채택된다면 "안보리가 지난 20년 이상 부과했던 (제재 가운데) 가장 강력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초안 속 제재들은 상당수 예견되기는 했지만, 북한의 '생명선'을 건드릴만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진다.
제재안은 북한의 수출입을 강력히 통제함으로써 '돈줄'을 조이는 동시에, 북한의 불법행위나 의심스러운 거래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전문에는 "북한 주민이 처한 심각한 어려움을 깊이 우려한다"고 명시해 주민 생활에 직접 타격을 주는 제재는 피해가려 했음을 암시했다.
◇북한 행(行)·발(發) 모든 화물에 검색 의무화 = 지금까지 대량살상무기(WMD) 등의 의심 물질을 선적한 경우로만 제한되던 북한 수출입 화물에 대한 검색이 모든 화물로 확대된다.
유엔 회원국은 북한으로 들어가거나, 반대로 북한에서 나온 화물선이 유엔 회원국의 영해·영토·영공을 지나가면 의심 물질이 아니더라도 예외 없이 의무적으로 검색을 하겠다는 의미다.
결의안은 또 금지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이 유엔 회원국의 항구에 입항하는 것을 금지했다. 마찬가지로 금지 품목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항공기의 유엔 회원국 내 이·착륙도 불허했다.
중국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遼寧)성 단둥항이 최근 북한 선박의 입항을 금지한 것과 같은 조치가 다른 나라로 확산될 것임을 예상케 한다.
이런 해운·항공 제재가 실행되면 북한의 제3국 입출항은 사실상 어려워진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사실상의 대북 '봉쇄'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제재안은 북한의 항공기·선박을 전세 내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허하되, 영리 목적이 아닌 주민생활을 이유로 행해지는 경우는 예외로 했다.
◇재래식 무기 전면 금수…핵·미사일 이중용도품목 금수 = 제재안은 최초로 북한에 대해 재래무기의 수입·판매·이전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유엔 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모든 재래무기에 대해 이런 조치를 했지만, 소형무기는 예외였다"며 "이번에 예외가 없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에 허용되는 재래식 무기는 이제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럭을 수입해 군사용으로 개조하는 행위 등을 불허 사례로 예시하고, 아울러 유엔 회원국이 북한 군사훈련관·자문관을 초빙하는 행위도 금지된다고 전했다.
제재안은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관련 이중용도품목(catch-all)의 이전도 완전히 금지했다. 이중용도품목이란 군사용이면서도 민간용의 목적을 가진 품목을 뜻한다.
제재안은 이와 관련해 핵·탄도미사일 관련 금지물질 명단을 새로 보강했다.
◇북한 주요 광물 수출금지·제한 = 결의안은 북한의 외화 수입원에도 견고한 차단막을 쳤다. 금수 영역을 광물자원까지 넓힌 것이다.
석탄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 가운데 10억5천만 달러로 42.3%를 차지한 것을 감안하면, 북한에 대한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유엔 대표부는 "최초로 북한에 대해 특정 무역분야 제재(sectoral ban)가 부과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전면 수출금지의 대상은 금, 티타늄과 바나듐 광석, 그리고 희토류이다.
철과 석탄에는 다소 숨통의 여지를 줬다. 두 광물에 대해서는 수출금지를 원칙으로 하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영리활동이 아닌 주민들의 생활을 위한 경우라면 대외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북 항공유 공급 금지 = 원유 공급 문제는 예상대로 '원유공급 중단'으로까지는 나아가지 않았다.
북한의 '경제붕괴'를 내세웠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신 제재안은 대표적인 군수물자인 항공유와 로켓 연료의 공급을 금지했다.
북한 주민의 실생활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북한에는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절충안으로 풀이된다.
◇핵·미사일 관련 개인·단체 '블랙리스트' 확장 = 핵무기·미사일 개발에 연루된 북한의 개인 17명과 단체 12곳 등 29곳이 제재 대상으로 추가됐다.
명단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북한의 대남공작을 지휘하는 정찰총국 관계자들과 핵·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는 원자력공업성·국가우주개발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2009년 2월 신설된 정찰총국은 지난해 1월 미국 국무부가 소니 픽처스 해킹사건에 따른 배후로 지목되며 특별 제재대상으로 지정한 적이 있으나,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北외교관 특권 박탈…北은행·자산 제재강화 = 제재안은 북한 외교관이 불법행위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 유엔 회원국은 반드시 해당자를 추방하도록 했다.
유엔 대표부 관계자는 "외교관에게는 일부 법 집행을 적용받지 않는 특권을 누리는데, 그것을 없애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제재안은 이 외에도 핵·미사일 프로그램 및 기타 금지활동에 연루된 북한의 단체나 노동당 간부의 자산을 동결하도록 했다.
북한 은행들이 유엔 회원국에 지점을 열거나, 외환거래 구축 은행망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역으로 유엔 회원국 금융기관도 북한에 지점, 자회사를 개설하거나 계좌를 열지 못하도록 했다.
현재 북한에서 영업 중인 회원국 금융기관의 경우, 이런 활동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을 준다는 타당한 근거가 드러날 경우 활동을 중단하도록 했다.
北 정찰총국, 핵.미사일 기관...미.중 역대 최강 제재에 합의
[중앙일보]입력 2016.02.25 19:42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해 역대 최고 강도의 금융·해운·무역 규제에 합의했다.
북한 은행의 해외 송금과 결제, 북한 항공기의 다른 나라 영공 통과가 엄격하게 제한된다. 또 수상한 북한 선박의 다른 나라 입항이 사실상 금지된다.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관련성이 의심되는 기관과 인사들은 무더기로 국제 사회 ‘블랙리스트’에 오를 예정이다. 안보리는 또 북한 정권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해서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를 결의안에 담을 계획이다.
네드 프라이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이 백악관에서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하고 단합된 국제 사회의 대응이 중요하다는데 공감하고 과거보다 강도 높은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백악관을 인용해 양국이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예고 없이 방문해 대북 제재에 대한 미·중 합의에 무게를 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5일 오후 3시(한국시간 26일 오전 5시) 결의안 검토에 착수한다. 결의안은 이르면 26일 채택될 전망이다.
결의안 초안은 대남 공작기관인 정찰총국, 핵 개발 기관인 원자력공업성, 미사일 발사를 주관한 국가우주개발국 등 WMD 개발과 관련된 북한 조직과 인사를 광범위하게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자산 동결 대상과 여행 금지 대상이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정찰총국은 지난해 1월 미 국무부가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에 따른 배후로 지목해 특별 제재대상으로 지정했으나 안보리 제재 대상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원자력공업성은 북한 김정은 정권의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천명에 따른 내각 부처이고, 국가우주개발국은 북한의 우주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국가기구로 북한의 미사일 프로그램을 맡은 핵심 기관이다.
외교부 조준혁 대변인은 "결의안 문안은 우리가 제시한 내용을 토대로 한·미 공조 하에 작성됐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요소를 다수 포함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워싱턴=이상렬·채병건 특파원, 서울=유지혜 기자 isang@joongang.co.kr
러 "나진·하산 프로젝트, 안보리 결의 따라 결정"
세계일보 2016.02.25. 23:29
러시아철도공사(RZD)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 제재 결의에 근거한 자국 정부 권고에 따라 남북러 3각 협력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 지속 추진 여부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RZD는 25일(현지시간) 프로젝트 추진과 관련해 “어떤 결정과 결론을 내리기 전에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며 “(이 결의에 따른) 러시아 정부의 권고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의 결정에 따라서 북한과의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도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RZD는 한국 측이 밝힌 나진·하산 프로젝트 참여 중단 방침과 관련해 “한국 측 파트너(컨소시엄사)들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지 않았다”며 “언론을 통해 한국 측이 프로젝트 참여를 무기한 동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뿐”이라고 전했다.
RZD는 “최근 몇 년 동안 (한국 측과) 일련의 협정이 체결되고 프로젝트 실사와 석탄 시범운송 행사가 이루어지는 등 많은 공동작업이 진행됐다”며 “한국 측과의 협력 중단 가능성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RZD는 “한국이 프로젝트에서 빠지면 다른 잠재적 파트너들과 협력을 시작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