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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22] 중국은 왜 한국의 사드 도입에 결사 반대하나

바람아님 2016. 2. 27. 00:33
[J플러스] 입력 2016.02.25 08:30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이임설이 나도는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가 한국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지난 23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만나 한국의 사드 도입에 대한 강력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게 문제가 됐다.

중국은 이제까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의 사드 도입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해 왔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추 대사가 쏟아낸 발언의 내용이다. ‘한·중 관계 파괴’ ‘한국의 안전이 보장되는지 고민해야 한다’ 등 내정간섭 성격이 짙은 말을 마구 토해내는 바람에 경솔했고 결례였으며 무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은 왜 이렇게 북핵 대비용이라는 한국의 사드 도입에 거의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일까. 사드의 레이더 시스템이 중국까지 탐지한다거나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무력화 시킨다는 등 군사적 요인이 거론되지만 핵심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중국의 진정한 의도는 추 대사의 말에 숨어 있지 않을까 싶다. 바로 우리 여론의 격분을 산 한중 관계 파괴 운운 부분이다. 우리는 ‘파괴’란 표현 자체가 도를 지나쳤다고 보지만 중국은 적어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파괴가 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정권이 들어선 이래로 과거 장쩌민(江澤民)이나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에 볼 수 없었던 강한 외교를 구사하고 있다. 태평양은 매우 넓어 중·미의 이익을 다 포함할 수 있다는 시진핑의 말은 미국 입장에선 태평양을 반분하자는 그야말로 당돌하기 그지없는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에 의한 단극(單極) 질서를 부정하고 세계를 다중심(多中心) 체제로 이끌려 한다. 자신에게 불합리한 기존 국제 규칙은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강하다. 자연히 미국의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의 키워드는 흔히 봉쇄(containment)와 개입(engagement)을 결합한 봉쇄적개입(congagement) 정책으로 불린다. 한편으론 중국과 협력을 하면서도 꾸준하게 중국을 에워싸는 작전이다.

이 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에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구축이 있다. 한국이 사드를 도입하면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미사일방어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으로 중국은 본다. 중국이 결사 반대에 나서는 이유다.

중국 입장에선 미국과 일본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한국은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은 대상이다. 시진핑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지극 정성을 들이는 이유다. 2013년 6월 박 대통령이 중국 방문에 나섰을 때 시진핑은 부인 펑리위안과 함께 박 대통령을 맞는 특별 오찬을 마련했다.

집으로 초청한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우리는 ‘한 집안 식구(一家人)’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맺고 있는 동반자 관계를 훠반(?伴) 관계라 부른다. 이 훠반이라는 말은 바로 한 솥 밥을 같이 먹는 친구를 뜻한다.

이 같은 시진핑의 환대에는 제발 한국이 중국을 에워싸는 미국의 전략에 동참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깔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진핑이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국이 사드를 배치하려고 하면 반대해 달라’고 직접 요청까지 했을 정도다.

결국 중국의 눈에 한국의 사드 도입은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반(反)중국 한·미·일 삼각 연대의 제도화를 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한·중 관계가 파괴된다는 추 대사의 발언에는 이런 인식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듣는 우리 입장에 대한 배려가 소홀했음은 중국의 문제다. 특히 한국이 사드 도입을 생각하게 촉발시킨 원흉인 북핵의 위험성에 대한 중국의 강력한 규탄이나 사태 초기 대북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점 등은 중국의 큰 문제다.

한국이 사드 도입 운운하니 굼뜨기 그지 없던 중국이 그제서야 강력한 대북 제재에 나선 것 아니냐는 시각이 한국 사회에 많이 퍼져 있다. 무엇보다 연초 북핵 사태가 발생했을 때 박 대통령의 전화를 받지 않았던 점은 두고 두고 중국 외교의 뼈아픈 실수로 기록될 것이다. 지난해 나온 한국의 중국경사론(傾斜論)이란 신조어가 사라지게 됐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