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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21] 북핵은…중국의 핵심이익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바람아님 2016. 2. 23. 00:20
[J플러스] 입력 2016.02.22 08:21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연초부터 터진 김정은의 무모한 핵실험 도박 이후 국내외적으로 중국에 대한 실망과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에 속았다는 말도 있고 더 이상 중국을 믿지 말자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우리에게 감정이 앞선 ‘중국 무용론(無用論)’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핵을 막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제재든 대화든 계속돼야 하며 그 어떤 노력에도 중국이 빠진다면 제대로 된 결실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국을 설득할 것인가. 현실적 사고를 하는 중국엔 보다 현실적 이해 관계를 갖고 접근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의 ‘핵심이익(核心利益)’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눈에 띄게 중국의 핵심이익 수호를 강조한다. 중국의 핵심이익이 주목을 받는 건 만일 이것이 침해를 받는다면 중국은 무력 동원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무엇이 중국의 핵심이익인가. 이에 대해선 후진타오(胡錦濤) 시절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일했던 다이빙궈(戴秉國)의 설명이 가장 상세하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핵심이익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 핵심이익은 중국의 국가체제, 정치체제 및 정치적 안정이다. 여기에는 사회주의 제도, 중국특색의 사회주의 노선, 공산당 일당제 등이 포함된다. 즉 공산당 일당 독재에 의한 사회주의 체제를 건드리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다당제를 외치거나 서구식 민주화를 주장하는 것은 용납될 수가 없다. 특히 중동을 휩쓸었던 아랍의 봄 같은 운동이나 색깔운동 등은 지극한 경계의 대상이다. 홍콩의 우산혁명 운운 움직임에 중국 당국이 초(超)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번째 핵심이익은 주권 보호 및 영토 보전, 국가 통일이다. 여기엔 남중국해나 센카쿠 열도(중국명 釣魚島)의 영유권 문제, 티베트와 신장 등 소수민족 지역의 분리독립 움직임 등의 문제가 포함된다. 대만 문제는 국가 통일과 직결된 핵심이익 중 핵심이기도 하다.

세 번째 핵심이익은 중국 경제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기본적으로 보장하는 것이다. 현재 시진핑에게 주어진 역사적 임무는 중국 공산당이 창당 100주년을 맞는 2021년에 즈음해 중국을 전면적인 소강(小康) 사회로 이끄는 것이다.

이 같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의 꿈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은 경제 발전에 매진하고 있으며 이런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게 바로 외부 환경의 안정이다. 이는 바로 중국이 이제까지 웬만한 북한의 불장난을 참아 왔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제 북한의 거듭되는 핵 개발 실험이 중국의 세 번째 핵심이익인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다. 북한의 이번 4차 핵실험은 중국이 그토록 지키려 했던 안정된 외부 환경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그 동안 인내에 인내를 거듭하던 한국이 드디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 동안 한국에 거의 반(半)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한국의 사드 도입에 반대 의사를 표현해 왔다.

한국 또한 중국의 압박에 의해 사드 도입을 서두르지 않았던 게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 핵을 머리 위에 얹고 살아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몰린 한국으로선 중국의 압박 따위 정도는 고려할 때가 아닌 시점을 맞았다.

한국 사회 일각에선 핵무장 운운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이 그토록 경계하는 한국과 일본, 대만으로 이어지는 핵 도미노 현상이 꼭 꿈 같은 이야기라고만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현실적으론 쉽지 않지만 국민 정서는 핵무장으로까지 달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중국으로선 악몽에 해당한다. 비(非)이성적인 북한의 핵에 맞서야 하는 한국으로선 사드든 핵무장이든 자구책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됐고 일본 또한 나름대로의 자위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데 이런 행동들이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면 시켰지 완화시킬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중국이 마음 놓고 발전에만 매진할 수 있을까. 마침내 중국이 사활을 걸고 지키려 하는 중국의 세 번째 핵심이익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심대한 침범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도 소위 ‘중국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전면적인 소강사회를 달성하겠다는 100년의 꿈 시간표를 멀리 뒤로 밀어놓든지 아니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단호한 행동에 동참할 것인지 중국의 선택만이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