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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 20] 북핵 해결의 ‘중국 방식’이란 무엇인가

바람아님 2016. 2. 20. 00:24
[J플러스] 입력 2016.02.18 02:51

유상철 기자는 1994년부터 98년까지 홍콩특파원, 98년부터 2004년까지 베이징특파원을 역임했고, 2007년부터 2012년까지 5년 간 중국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국통입니다.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앞으로 중국은 어떻게 변모해나갈까요. 그에 맞춰 우리는 또 어떻게 적응하고 도전해나가야 할까요.
유상철 기자의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은 이같은 질문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칼럼입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시진핑의 중국이 걷는 길'을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우리는 뜨뜻미지근한 중국의 대(對) 북한 정책을 답답해 하지만 중국은 중국 역시 북한의 핵 개발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다. 중국도 나름대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여러 노력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방식’을 통해서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중국이 말하는 ‘중국 방식’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2014년 3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때 시진핑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중국은 북한의 핵 보유를 확실히 반대하며…현재 중국 측 방식으로 북한을 설득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게 바로 시진핑이 처음 언급한 ‘중국 측 방식’이다.

뭐가 중국 방식인가. 중국은 한반도를 포함해 향후 각 지역의 갈등 문제에 개입할 때의 원칙을 정했다. 이것을 중국 방식이라고 한다. 2014년 1월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을 때 ‘중국 방식’에 대해 말한 게 가장 상세하다.

왕이에 따르면 중국은 앞으로 지역 분쟁 해결과 관련해 다섯 가지 원칙을 견지하기로 했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내정불간섭. 두 번째는 유엔 틀 아래에서의 활동. 세 번째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 네 번째는 시비를 따져 중국의 입장을 정하며 자신의 사리(私利)를 취하지 않는다. 다섯 번째는 분쟁 당사국 인민의 뜻을 존중하되 관련 각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왕이는 또 중국은 지속 가능한 해법, 점진적인 방안, 근본적인 해결 등에 역점을 둔다면서 이런 것을 중국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진핑이 박 대통령을 만났을 때 말한 중국 방식은 바로 이런 함의를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갖고 현재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접근 자세를 추론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내정 불간섭이다. 이는 중국이 북한에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주미 중국대사 추이톈카이(崔天凱)가 “중국에 북한을 압박해 핵을 포기시키라는 미국의 요구는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불가능한 임무)’”이라고 말한 건 바로 이 같은 이유에서다.

두 번째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선 유엔의 결의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남에게 위협으로 간주되지 않으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다자주의를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부상이 다른 나라에 위협으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유엔 등 다자기구의 틀 아래서 움직이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따라서 대북 제재는 반드시 유엔 결의에 따른다는 방침이다.

세 번째는 분쟁이 생겼을 땐 무력 사용을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북핵 문제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6자회담에 매달리는 이유다. 또 북한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해선 중국 스스로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남의 말을 듣고 부화뇌동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혼란을 틈타 사리를 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행여 북한 급변 사태라도 발생하게 되면 중국 단독으로 북한에 진주해 중국의 이익을 취하는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다섯 번째는 분쟁 관계국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방안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남북한의 의사가 제일 중요하긴 하지만 중국 등 관련국들의 이해도 생각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시진핑 시대에 등장한 중국 방식이란 결국 다자주의 틀 안에서 대화로 관련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점진적으로 찾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 방식은 중국이 고민한 결과다. 중국의 입장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한국은 한국 방식이 있을 터이고 미국은 미국 방식, 북한은 북한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방식이 중국이 정한 중국 방식에 맞지 않을 경우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중국이 무조건 중국 방식을 고수하겠다면 다른 나라는 무조건 중국 방식에 맞춰야만 중국과 합의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중국이 중국 방식을 정하는 건 좋지만 다른 나라가 꼭 중국 방식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일방주의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지 우려가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