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자기업 도시바가 가전 사업을 중국 메이더(美的)에 넘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국계 전자업체들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돈으로 시간을 사고 있다'고 표현했다.
◇도시바 가전사업, 중국에 넘겨
15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시바가 가전 사업을 중국 메이더에 매각하기 위해 최종 조율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도시바는 올 여름까지 자회사인 도시바 라이프스타일의 주식 대부분을 메이더에 넘기는 방향으로 협상을 벌이고 있고, 매각 금액은 수백억 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반도체, 가전, 공조 등 다양한 전자 분야에서 강점을 보인 '강호'였으나, 최근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되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내수시장 중심의 사업구조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같은 악재는 치명적이었다.
도시바는 이미 백색가전 생산거점 중 하나였던 인도네시아 공장을 중국 전자업체인 스카이웍스에 매각했고, 모바일 디지털센서를 생산하는 오이타공장은 소니에 넘겼다.
도시바는 지난 수십 년간 일본 전자 산업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겨왔다. 일본 기업 최초로 1912년 레이더를 만들었고, 1959년에는 트랜지스터 TV와 전자레인지를, 1982년에는 MRI 시스템을 내놨다.
가전시장에서 도시바는 '첨단 기술' 그 자체였다. 2000년대 초반 국내 굴지의 한 전자업체는 도시바의 드럼세탁기를 들여와 외부 패널만 바꿔 국내 시장에서 판매했던 적도 있었다.
도시바의 가전사업을 인수하는 메이더는 1968년 중국의 영세한 지역 공방으로 출발했다. 의료용 용기를 생산했던 메이더는 1980년대 환풍기 팬 등을 생산하며 전자업체의 기틀을 다졌다. 현재 △주거용 에어컨(소비자용) △중앙제어식 에어컨(상업용) △주방가전 △세탁기 △냉장고 △환경가전(흡기, 배기용 팬) △정수기 등 다양한 사업부를 거느린 종합 전자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4년 글로벌 매출 230억 달러를 기록했고 임직원 수는 약 10만명이다. 베트남, 벨라루스, 이집트, 브라질, 아르헨티나, 인도 등 세계 각지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中자본, 日기업 사냥 '군침'
중국계 자본의 일본 전자기업 인수는 최근 수년간 계속 '진행형'이다. 지난 2011년 중국 최대 가전업체 하이얼은 일본 전자업체 산요의 세탁기와 가정용 냉장고 사업부문을 인수했다. 하이얼은 올해 1월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가전사업부문도 사들였다.
중국 전자업체 하이센스는 일본 샤프의 멕시코 TV공장과 TV 브랜드 '아쿠오스', '쿼트론'을 인수했다.
한때 일본 디스플레이의 상징적 존재였던 샤프는 지난달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만 홍하이정밀(폭스콘)에 회사를 넘기기로 했다. 현재 샤프의 우발 채무로 본계약이 늦어지고 있지만, 인수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LG "영향 제한적"
중국 자본이 일본 전자 대기업을 삼킨다 해도 국내 전자업계는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메이더가 에어컨, 세탁기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주력으로 삼는 선진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해 경쟁에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메이더는 중국 시장 밖에서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며 "일본 내수 브랜드 성격이 강한 도시바 역시 해외 가전시장에서 존재감이 약하다"고 말했다. 인수 후 통합의 시너지가 당장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왜 중국 전자업체들은 일본 업체들을 인수하는걸까. 전문가들은 중국이 '축적의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다고 본다.
한 업계 전문가는 "중국 기업들이 사는 것은 해당 기업의 브랜드와 사업 노하우"라며 "선진국 선발업체들의 오랜 경험을 내부에 이식시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中 최종 타깃은 한국"
한국업체들도 방심할 상황은 아니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노하우를 흡수해 내공을 키운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전자왕국' 아성에 도전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백색가전은 일본에선 이미 사양산업이지만 중국에서는 여전히 성장산업"이라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중국 기업들이 브랜드까지 강화한다면 결국 위협 받는 것은 한국기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소장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선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제품 디테일에 관심을 쏟을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임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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