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6.03.15 03:00
실리콘밸리의 주축이던 인도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 9월 실리콘밸리를 찾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한때 (인도인의) 두뇌 유출이었지만 실은 '두뇌 예치'(brain deposit)였다"며 이들의 귀환을 반겼다. 잠시 맡겨둔 인재를 찾아간다는 얘기였다.
반대로 요즘 한국의 IT업계와 한류(韓流) 콘텐츠 산업계에선 '두뇌 유출'(brain drain)' 걱정이 크다. 인도는 한때 '글로벌 IT업계의 인력 공급소'로 불렸다. 좋은 인재가 선진국으로 빠져나간 탓이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인도 출신 IT 수장(首長)만 꼽아도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으로 수두룩하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구글 임원이던 인도 출신 3명이 지난해 사표를 내고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플립카트에 합류했다. 기업 가치가 65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 달하는 온라인 장터 '스냅딜'을 인도에서 창업한 쿠날 발은 원래 미국 MS에서 임원으로 일했다. 스냅딜과 플립카트는 미국 아마존과 더불어 인도 전자상거래 시장의 '빅3'이다.
인도 출신 혁신 기업가들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귀국하는 건 '애국심'보다 '기회' 때문이다. 인도엔 스타트업 붐이 일고 있다. 인도 내 스타트업은 지난해 4200개로 2010년에 비해 3배 정도 늘었다. 지난해 인도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액(49억 달러)은 2010년 대비 8배 넘게 증가했다. 인도는 2014년 미국·영국·이스라엘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기술 벤처 창업이 많은 국가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중국보다 높을 게 확실시된다.
모디 총리의 친기업 정책도 인재들의 회귀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모디 총리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인도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로 바꾸는 데 전력을 쏟고 있다. 그는 올 1월 뉴델리에서 '스타트업 인디아' 출범식을 열고, '창업 등록 하루 완료' '신생 업체 3년간 소득세, 세무조사 면제 혜택' 등 파격적인 규제 완화 정책을 쏟아냈다. 출범식에 참석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10년간 100억달러 투자를 약속했다.
요즘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은 인도와 정반대다. '반도체 굴기(崛起·우뚝 일어섬)'에 나선 중국 업체들이 '1·9·5(한국에서 받는 연봉의 9배를 5년간 보장)'를 약속하며 우리 우수 인력을 빼가고 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대를 받는 한류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다. 초록뱀미디어, 김종학프로덕션, 소리바다 등 이름 있는 한류 콘텐츠 기업의 주인은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한류의 요체는 사람이다. 능력 있는 PD와 엔터테이너들이 지금처럼 중국 회사로 대거 넘어가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현실이 될 게 뻔하다. 기업 구조조정이나 서비스발전법 등 경제 현안이 큰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그럴 수도 있지만 인재가 외국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건 막아야 한다. 여야를 떠나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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