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 빈곤 가속화, 日 닮아가는 한국 ‘고령사회’ 그늘
- 파산자 4명 중 1명이 노인…노인범죄ㆍ자살 등 사회적 일탈로 이어져
- 전문가들 “밀집형 공공임대아파트 , 고령친화적 일자리 등 마련돼야”
“오래 살고 싶지 않습니다.”
한 50대 중년 일본인 남성이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암울한 미래를 걱정하며 한 말이다. NHK 스페셜 제작팀이 펴낸 ‘노후파산 - 장수의 악몽’에 따르면 한국보다 먼저 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의 홀몸노인은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3분의 1인 200여만명은 의식주 관련 모든 면에서 자립 능력을 상실한 ‘노후파산’의 삶을 살고 있다.
노후파산은 수명이 길어진 노인들이 불안정한 소득과 병치레 등으로 경제적 곤궁에 시달리다가 파산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령화 대국 일본에선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더 충격적인 부분은 공적ㆍ사적연금 등 고령화에 적극적으로 대비해 온 일본조차도 노후파산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는 점이다. 현재 일본인의 노후 수입원 중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68%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노후 수입에서 공ㆍ사적연금이 1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한국이 일본보다 노후 관련 인프라가 열악하고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점을 감안하면, ‘장수가 악몽인 시대’가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현실화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중앙지법이 올해 1월부터 2월 사이 법원에서 파산 선고를 받은 1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428명에 달했다. 노인 4명 중 1명(24.8%)꼴로 파산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전국 최대 파산부가 있는 서울중앙지법이 연령대별 파산 통계를 낸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전체 비중에서 보면 현재 경제활동을 가장 많이 하고 있는 50대(37.2%)보다는 적었지만 40대(28.2%)와 비슷하고 30대(8.9%)를 웃도는 수치다. 법원 관계자는 “젊은 사람들은 빚을 져도 근로 능력이 있어 벌어서 갚을 수 있지만, 노인 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노년층의 파산 선고는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년층의 파산이 급증하는 것은 최근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다가, 자녀 부양 등으로 노후 대비에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중 1위다. OECD 평균 12.6%의 4배에 육박한다.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더라도 벌이가 크기 않고 단순노동직의 비중이 높은데다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후 자금이 바닥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암이나 치매 등 노환까지 앓기 시작하면 빚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년 빈곤이 더 심각한 부분은 범죄나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노인범죄가 증가하면서 ‘폭주노인(暴走老人)’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지난 2014년 기준 전체 범죄 가운데 노인 범죄의 비율은 8.8%로 2004년(3%)에 비해 10년 만에 두 배 넘게 증가한 바 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의 보급으로 최근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통해 범죄대상을 물색하고 단속정보를 교환하는 등 최첨단 범죄를 저지르는 노인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인 자살 문제도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OECD 최고 수준인 64.2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작년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행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노후준비 부족’(28.8%)이 1위로 꼽히기도 했다.
이 같은 노인빈곤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저소득층 노인의 소득을 높이고, 낮은 금리의 서민금융과 선제적 신용회복 제도로 노후파산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현대경제연구원 측은 “주택을 담보로 한 주택연금(역모기지) 활성화, 다수의 고령자들이 모여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밀집형 공공임대아파트 등 노후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며 “고령자들을 위한 고령친화적 일자리 창출과 노후소득 지원책 역시 지속적으로 준비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헤럴드경제=양대근ㆍ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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