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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쏙 경제)'우울한' 한국·'무서운' 한국..정신 건강 '빨간불'

바람아님 2016. 4. 2. 00:34
뉴스토마토 2016.04.01. 10:09

#항상 피로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직장인 김모씨는 말로만 듣던 보복운전 상황을 직접 겪었다. 차선 변경을 하다가 뒤에서 오던 차를 미처 보지 못해 못했고, 뒤 차는 경적을 울리는 것도 모자라 결국 김 씨 차 앞으로 끼어들어 급정거를 했다. 안그래도 직장일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김 씨는 다시 그 차 앞으로 끼어들어 급정거를 했다. 결국 두 운전자 사이에는 욕설이 오가며 한동안 길 가운데서 실랑이가 벌어졌따.

한국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언젠가부터 '스트레스'는 입에서 떠날 줄 모르는 단어가 됐고, 일상에서 분노조절이 잘 안돼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폭력적인 반응을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우울하고 무기력에 빠진 사람들도 많아졌고, 자살률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높은 스트레스 지수는 우발 범죄로도 발전하고 있으며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 우울감 경험률 13.2%…세계 최고 수준

지난 2011년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의 조사에서 정신건강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의 우울감 경험률은 13.2%로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 29개국 평균인 10.7%보다 2.5%포인트 가량 높았다.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인 스위스 4.0%, 네덜란드 6.9%, 덴마크7.8% 등에 비하면 2~3배 가량 높았다.

자신감 상실 경험률도 11.1%에 달해 일본 12.0%과 함께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한국인의 자신감 상실 경험률은 29개국 평균 7.3%와 비교해 3.8%포인트 높았고, 스위스 1.7%, 미국 4.8%, 독일 5.4%, 네덜란드 5.9%, 노르웨이 6.4% 등 주요 선진국과의 격차도 컸다.


말 그대로 불행하거나 우울했는지, 자신감을 상실했는지,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경험을 한국의 성인남성들은 몇 배씩 느낀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UN 지속가능위원회가 2010~2012년 세계 158개국의 행복지수를 측정한 결과 우리나라는 5.98로 세계 47위에 그쳤다. 행복지수 주요 구성 요인을 1위인 스위스와 비교하면 1인당 GDP는 스위스 1.40, 한국 1.24, 건강·수명 항목에서는 스위스 0.94, 한국 0.97 등으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조사 결과 한국인이 자신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은 개인이 아닌 사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 사회통합, 선택의 자유 등이 불행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부패인식의 문제는 한국 사회에 부패가 만연하고 정책이 운용되는 절차가 투명하지 않음을 시사한다"며 "사회적 지지의 부족은 경쟁이 지나치고 사회통합이 취약함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사회통합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사회의 부패가 개인의 불행으로 이어진다는 생각하게 되고, 내가 불행하다고 느낄 수록 타인에 대한 불만, 사회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홧김에' 범죄 급증…한국인 50% 분노조절 장애

앞서 언급된 '보복운전'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강화됐다. 도로교통법 제46조 제3항 난폭운전 금지 조항이 새롭게 시행됨에 따라 보복 운전 가해장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입건 시에는 40점의 벌점이, 구속 시에는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그만큼 도로에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함에 따라 결국 법적인 조치로 통제해야 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운전 뿐만이 아니다. '홧김'에 저지르는 살인과 폭력, 강도, 정도 등 중대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법무부의 형사사법 통계에 따르면 주요 범죄 동기의 40%가 '우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적 살인의 주요 원인으로 부각된 층간소음 민원도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2012년 7021건에서 2013년 1만5455건으로, 2014년에는 1만6370건으로 늘어났다. 

대한정신건강학회의 조사 결과 한국인 50%가 분노조절 장애를 겪고 있으며, 10%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비율이 높았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인격 장애·행동 장애로 진단된 환자의 연령대는 2014년 기준 20대가 전체의 28%로 가장 많고, 30대 18%, 10대 17% 등의 순이었다.


우울하고 무서운 한국의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두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분노 조절 장애도 엄연히 질환의 하나로 치료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개인이 분노를 느끼는 원인이 되는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 등을 없애야 한다. 

두 가지 모두 단기간에 갖추기 힘든 방안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머지 않아 '가장 우울하고 무서운 나라 한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지게 될 지도 모를 노릇이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주요 국가의 우울감, 자신감 및 문제해결능력 상실 경험률, 자료/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International Social Survey Programme)

이 뉴스는 2016년 03월 28일 ( 15:49:22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