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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사회적 불임

바람아님 2016. 4. 14. 00:30
한국일보 2016.04.13. 20:05

새로 태어나는 아기는 갈수록 주는데, 조산아 저체중아 등 고(高)위험 신생아는 꾸준히 늘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임신 탓에 신생아가 절대적으로 줄어들 뿐만 아니라, 새로 태어나는 인구의 질도 나빠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신생아 수는 2010년 47만명에서 2014년 43만5,000명으로 줄었다. 반면 고위험 신생아는 2010년 1만6,100명에서 2014년 1만8,800명으로 증가세다. 여성불임 환자도 연평균 5%씩 늘고 있다.

▦ 18세기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의 절반 가량은 12세 이전에 숨졌다. 인류 탄생 이래 1800년대까지 평균수명(0세 영아의 기대수명)은 25세 안팎으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생후 12개월을 못 넘기고 죽는 애들이 36%나 됐다. 당시 기대수명은 21세. 하지만 12개월이 되면 기대수명이 33세로, 다섯 살을 넘기면 42세로 뛰었다. 유아 사망률만 제외하면 고대~근대의 성인 평균수명은 60~70세로 지금과 큰 차이는 없었다. 전염병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려는 인류의 노력이 평균수명 증가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 평균수명 100세를 바라보는 21세기에 조산아와 저체중아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만혼(晩婚) 때문이다. 지난해 산모의 평균 출산연령은 32.23세, 35세 이상 고령산모 비중은 24%에 달했다. 여성의 생식능력은 난자의 질(質)이 가장 좋은 26세쯤 최고치에 달했다가 점차 감소한다. 여성은 평생 사용할 난자를 갖고 태어나며,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수는 줄어든다. 특히 35세 이후부터 난자의 질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상(異常) 난자가 늘어난다. 이 때문에 불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임신에 성공해도 유산 위험이 커진다.


▦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취업이 잘 안되니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워 임신을 미룬다. ‘사회적 불임’인 셈이다. 임시방편이나마 해결책은 있다. 20대 중반의 건강한 난자를 냉동 보관했다가 임신을 원할 때 사용하면 튼튼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미국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 등은 여직원들에게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해 준다. 건강한 난자를 사고 파는 시장도 형성돼 있다.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사회적 불임을 해결하는 궁극적 방책임은 물론이다.


고재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