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동안이나 연습했다. 딸이 세례받는 날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터졌다. 신부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30대 여성을 제단에 오르지 못하게 막았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 그란카나리아(Gran Canaria) 섬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일간지 ‘엘 파이스’에 따르면 그란카나리아 섬에 있는 어느 성당에서 세례식을 기다린 한 여성이 제단에 오르지 못하는 일이 최근 벌어졌다.
생후 15개월 딸과 성당에 온 유레나 메데로스(30)는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세례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는 지난 2013년 또 다른 여성 밀비아 아르마스(33)와 결혼했다.
호세 라미레즈(70) 신부가 유레나를 막은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이며 ‘생물학적’으로 아이의 친엄마가 아니어서다. 그는 세례식을 앞두고 의자에 앉아있던 유레나에게 다가가 “당신은 제단에 올라갈 수 없다”며 “아기를 낳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외신이 따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밀비아만 세례식에 참여한 것으로 보아 그가 아기를 낳거나 입양을 주도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레나는 성당에 모인 다른 사람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같은날 성당에서는 네 아기의 세례식이 진행됐으며, 3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이 모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가 난 일부 가족들은 성당을 빠져나가 버렸다.
라미레즈 신부는 “당신 같은 사람이 우리 성당에 오는 걸 원치 않는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유레나를 겨냥한 발언이다.
유레나는 “세례식을 준비할 때만 하더라도 불참 가능성과 관련해 신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며 “(밀비아와 나는) 신부를 두 번이나 만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입양아를 키우는 사람은 세례식에 참석할 수 있고, 나는 안 되느냐”며 되물었다.
라미레즈 신부의 생각은 변치 않았다. 그는 “오로지 생물학적 부모만 세례식에 참석할 수 있다”며 “이미 그런 말을 세례식 시작 때부터 했다”고 맞섰다. 입양아 세례식과 관련한 질문에는 “성당 재량에 달렸다”고만 답했다.
라미레즈 신부는 “이전에도 세례식 참여를 원했던 남녀 동성애자들이 내게 무례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흘 후, 이들은 다시 성당을 찾아 “세례식 준비비용 30유로(약 3만9000원)를 돌려달라”며 “우리는 다른 성당에서 다시 세례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미레즈 신부는 그들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당신들은 여기는 물론이고 다른 곳에서도 다시 세례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kimcharr@segye.com
사진=스페인 엘 파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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