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다. 한국의 주력산업은 성숙기에 들어섰거나 이미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선·해운·철강·유화·건설 같은 중후장대 산업들은 몇 년 전부터 수출 감소와 경쟁력 약화로 업종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자·자동차도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지난해 30대 그룹의 고용 인원은 2008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4500명 이상 감소했다. 수출 대기업과 생산기술 중심의 전통적인 산업구조로는 성장은커녕 현상유지도 어렵다는 방증이다. 전통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새 산업을 발굴하는 산업개혁이 절실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야는 총선에 매달리며 구조조정을 외면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범정부구조조정협의체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선거 유세에서 “쉬운 해고는 절대 없도록 하겠다”고 역주행했다. 야당은 노조 등 지지세력을 의식해 구조조정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렸다.
다행히 김종인 대표와 유일호 부총리의 발언으로 구조조정 동력이 되살아나게 됐다. 늦춰야 할 핑계거리도 사라졌다. 절호의 기회지만 내년 대선을 감안하면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정부와 채권단, 국회가 서로 앞장서며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인기가 없어도 꼭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누군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日, 고강도 구조조정.. 조선업 되살아나
동아일보 2016.04.21. 03:11일본은 1956년 세계 1위 조선국으로 올라선 뒤 1980년대까지 독보적인 조선 강국이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 한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뒤 쇠퇴의 길을 걸었다. 고임금과 비효율적인 생산체계로 경쟁력을 잃은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하지만 2013년부터 업체 통폐합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 중국이 장악한 ‘범용 선박’ 시장이 아닌 고부가가치 ‘특수 선박’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한국 조선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 조선업체의 부활에는 정부의 역할이 컸다. 흔히 ‘세 개의 화살’로 비유되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 ‘새로운 성장전략’의 핵심은 규제개혁을 통한 구조조정이다. 기존에 일본 정부는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을 만들어 사업재편에 대해 세제 감면 및 금융 지원 등을 해왔다. 아베 총리 집권 후인 2012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개정되면서 ‘사업재편지원제도’의 적용 대상과 지원 내용이 확대됐다. 반면 한국은 올 2월에야 우여곡절 끝에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일본은 조선업 이외에도 석유화학, 전자 등 다양한 산업에서 신속한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다. 10여 개 업체가 난립하는 과당경쟁 구도를 3, 4개 업체가 과점하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일본에서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산업분야는 철강이다. 올 2월 일본 1위 철강업체인 신일철주금은 1조여 원의 자금을 들여 4위 닛신제강을 인수했다. 이에 따라 일본 철강업은 신일철주금, JFE홀딩스, 고베제강소의 3사 체제로 재편됐다.
일본이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은 모두 한국의 주력 산업과 겹친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아시아태평양실 일본팀장은 “아베노믹스의 세 화살 중 첫 번째 화살인 금융정책과 두 번째 화살인 재정정책은 실패로 기울고 있지만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은 한국이 벤치마킹할 점이 있다”고 말했다.
세종=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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