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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트럼프처럼 '同盟' 무시하는 미국 내 기류에 주목할 때

바람아님 2016. 4. 29. 07:36

(출처-조선일보 2016.04.29)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27일 워싱턴에서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들은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 비용을 내지 않는다면 우리는 동맹국들이 스스로 방어하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내가 대통령이 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과 아시아 동맹들에 정상회담을 요청해 방위비 재조정 문제뿐 
아니라 공동의 도전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적정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 등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내용이다.

트럼프는 26일 동북부 5개 주 경선에서 싹쓸이 승리를 하면서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이날 연설도 본선 대비 체제로 전환하면서 나온 첫 공식 외교·안보 구상이다. 트럼프도 이를 의식한 듯 자극적인 발언은 
자제하고 텔레프롬프터까지 보며 원고를 읽었다. 
한국을 따로 언급하지도 않았고 핵무장 같은 표현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는 유세 초반부터 '안보 무임승차론'으로 한국 등 기존의 동맹 관계를 무시하면서 압박을 가해 왔다. 
"한국이 핵무장을 통해 자신을 방어하든지 아니면 방위비를 더 부담하라"  "한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필요가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외교·안보 구상은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기본 이해조차 부족한 모순된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동맹을 방위비를 내야만 군사 지원 서비스를 해줄 수 있다는 식의 비즈니스 관계로 착각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유세 때 주장한 황당한 정책을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미 동맹을 트럼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는 미국 내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며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