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事論壇/國際·東北亞

[기자의 시각] 관용 잃어가는 美 제국

바람아님 2016. 5. 2. 07:25

(출처-조선일보 2016.05.02 오윤희 국제부 기자)


오윤희 국제부 기자 사진'타이거 맘'으로 잘 알려진 에이미 추아 예일대 교수는 저서 '제국의 미래'에서 강력한 패권을 획득하고 

유지하는 열쇠는 힘이나 협박이 아닌 다른 종교와 민족, 문화를 끌어안는 관용에 있다고 분석했다. 

피지배 지역의 전통과 법률을 포용했던 페르시아와 기독교·불교·이슬람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의 자유를 

허락한 몽골 등은 관용을 앞세워 제국을 건설했고, 관용을 상실하면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지난 한 세기 초강대국 지위를 유지해온 미국은 이제 쇠퇴의 길로 접어든 것처럼 

보인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 경선 후보들은 강력한 반(反)이민자 정서를 내세워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모든 무슬림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당내에서 트럼프의 유일한 경쟁 상대로 

여겨지는 테드 크루즈 역시 막말만 적게 할 뿐 이민자에 대한 입장 자체는 트럼프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을 받아들이지 않는 불관용의 정신은 정치권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사회 곳곳에서 뿌리 내리고 있다. 

이슬람을 대상으로 한 혐오 범죄가 증가하고, 얼마 전엔 기내에서 아랍어를 쓴 승객이 테러범으로 몰려 비행기에서 쫓겨난 

사건까지 발생했다.

최근 조지아주(州) 의회는 일명 '반이민법'이라 불리는 법안을 상정했다. 

주정부의 모든 산하 기관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 서비스를 중단하고, 이민 서류를 전부 갖추지 못한 상태로 미국에 건너온 

이민자 2세 자녀들에겐 운전면허증 대신 '합법적인 거주자 아님'이라고 명시된 운전 카드를 발급해서 일종의 주홍글씨를 

달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관용의 정신이 사라질 때 타격을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독창성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인 와튼스쿨의 애덤 그랜트 교수는 저서 '오리지널스'에서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다양한 문화와 폭넓은 가치관이 공존할 때 나타난다고 했다. 

다인종·다문화·다민족이 뒤섞인 미국은 그런 의미에서 태생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 할리우드 영화,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팝뮤직은 창조성 분야에서 미국이 가진 최적의 조건 덕분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외교정책 수립을 담당했던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한 국가의 문화적 역량과 매력 등을 

아우르는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군사력·경제력 같은 하드 파워(hard power)와 함께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만든 

비결이었다고 갈파했다. 강력한 소프트 파워 덕에 중국의 급성장에도 미국은 향후에도 계속 패권 국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나이 교수는 내다봤다. 그렇다면 관용의 정신을 잃어가면서 소프트 파워의 원천인 창의성까지 위협받고 

있는 미국이 앞으로도 계속 현재와 같은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지금 미국은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기로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