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화려하게 치장한 예비신랑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불안한 듯 약혼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신붓감은 오히려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변호사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들 사이에 걸려 있는 그림 속의 섬뜩한 메두사가 다가올 불행을 예고하는 듯하다.
이어지는 다섯 점의 회화는 탐욕으로 시작된 이 결혼이 결국은 불륜과 패행을 거쳐 치정살인과 패가망신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재미와 교훈을 동시에 제공하는 이 시리즈는 판화로도 제작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호가스는 냉정한 비판의식으로 사회의 이면을 들춰낸 최초의 풍자화가로 꼽힌다.
<글출처 : 조선일보, 우정아 카이스트 교수·서양미술사>
'혼인 계약' 큰이미지 |
풍채 좋은 백작이 정복왕 윌리엄으로부터 시작된 뿌리깊은 가문의 족보를 호기롭게 펼쳐보이고 있지만, 통풍으로 못 쓰게 된 그의 오른발은 이미 가세가 기울 대로 기울었음을 증명한다. 맞은편에 앉아 혼인계약서를 손에 쥔 상인은 딸을 백작의 아들에게 시집 보내는 대가로 테이블 가득 금화를 쏟아놓았다. 부유한 상인과 몰락한 귀족은 자식들을 매개로 서로가 간절히 원하던 것, 즉 돈과 권력을 맞바꿨다. 정작 결혼 당사자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화려하게 치장한 예비신랑은 거울에 비친 자기 얼굴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고, 불안한 듯 약혼반지를 만지작거리는 신붓감은 오히려 친절하게 말을 건네는 변호사에게 귀를 기울인다. 그들 사이에 걸려 있는 그림 속의 섬뜩한 메두사가 다가올 불행을 예고하는 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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