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유시진 대위(송중기 분)가 다급하게 외친다. 중동의 지도자가 정신을 잃고 야전 병원에 실려왔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 경호원은 주치의만이 수술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여자 주인공인 의사는 당장 수술해야 한다고 맞선다.
이런 순간, 논쟁은 사치다. 경호원과 총을 겨눈 채 유대위는 결단했다. ‘저스트 두 잇(just do it)’. 그의 적절한 판단에 중동의 지도자는 목숨을 건졌다.
눈을 드라마 세계에서 현실로 돌려본다. 현재 한국의 조선업종이 수술대 위에 올라와 있다. 드라마 속과는 달리 논쟁이 길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환자(조선업) 수술 이후까지 큰 그림을 그리는 논쟁을 벌이는 것도 아니다. 다급하게 '수술(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수혈(자금 지원 방식)'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입씨름만 하고 있다. 이러다 날 샌다. ‘골든 타임’을 놓치면 생명을 잃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이미 경험이 있다. 대우조선해양이다. 2000년 채권단인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됐지만 원칙 없는 구조조정으로 조선업계의 중증질환자가 됐다. 최근 2년간 기록한 적자만 6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말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5조원의 금융 지원을 발표했다. 골든타임을 놓쳐 병을 키운 것이다.
비교되는 사례도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구조조정이다. GM이 2009년 6월 파산을 신청하자 메스를 누가 쥘지 따지지 않았다. 미 재무부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495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지분 60.8% 인수한 뒤 브랜드 통폐합과 공장 폐쇄·직원 해고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친환경 자동차 육성책을 도입해 37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도 창출했다.
그 결과 GM은 2010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는 2013년 12월 GM 주식 전량을 매각해 390억 달러를 회수했다. 105억 달러의 손실에도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고 120만 명 이상의 고용을 유지한 조치로 평가받는다.
세계 경제 둔화 속에 구조조정의 시험대에 오른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각국과 세계 주요 기업은 구조조정 경쟁중이다. 한가하게 주치의 타령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과잉생산으로 몸살을 앓는 중국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손잡고 서둘러 석탄과 철강 산업의 구조조정 청사진을 내놨다. 자칫 한국만 구조조정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모든 수단과 가능성을 열어둔 채 신속한 조치에 돌입한 GM의 교훈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하현옥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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