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가르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우리가 일상에서 왜 고통을 겪는지 그 원인을 찾아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과, 또 하나는 진정한 내가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다. 며칠 전 강연 중에 한 젊은 여성분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백화점에서 명품 가방을 보면 탐이 나고, 좋은 직장에 다니는 친구를 보면 부럽고, 멋있고 능력 있는 남자를 보면 현재 남자친구와 비교하게 되는 마음이 올라와 힘들다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만족스러운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불교의 가르침은 이와 같은 경우 질문자의 마음을 괴롭히는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먼저 깊게 살펴보라고 한다. 지금 마음이 힘든 것이 명품 가방 때문에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가방을 탐하는 내 마음 때문인지를 보라고 말한다. 만약 괴로움의 근본 원인이 외부 대상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그토록 원했던 명품 가방을 손에 넣게 되면 더 이상 이와 관련된 괴로움이 없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이 다시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그 대상이 아니라 대상에 집착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이 아닌가.
즉 몸이 되었든 재물이나 명예가 되었든, 아니면 자식이나 배우자, 혹은 자신의 오래된 신념이 되었든 우리가 무언가에 집착을 하는 순간 반드시 괴로움이 따라온다. 왜냐하면 이 세상 모든 것은 무상해서 대상을 향한 좋아하는 감정이든 그 대상 자체가 가진 상태든 시간이 지나면 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자에 처음 앉았을 때는 다리를 쉴 수 있어 편하고 좋았는데 두어 시간 정도 지나고 나면 앉아 있는 것이 불편해지면서 편안함을 주었던 의자를 떠나고 싶어진다. 부부관계로 힘들어하는 분들을 봐도 처음엔 내게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대상이 시간이 지나면 괴로움과 미움을 일으키는 대상으로 변해 있다.
만약 지금 어떤 물건이 탐이 난다면, 그것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나의 흥미가 얼마 지나지 않아 금방 사라질 것이라는 걸 바로 알아채자. 그와 동시에 널뛰기하듯 대상을 바꾸어가며 만족을 모른 채 헐떡이는 마음 자체를 직시해보자. 마음이 내면으로 향하지 않고 외부 대상을 통해 만족을 찾으려 하면 항상 한계가 찾아오고 오래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사무치게 통찰해내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다.
보통 여기까지만 말을 하면 불교를 비관적이고 금욕적인 종교로 오해할 수 있다. 하지만 불교의 가르침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바로 일체의 대상에 대한 집착이 쉬었을 때 마음에 어떤 질적 변화가 찾아오는지에 대한 가르침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마음은 항상 뭔가에 집착했었는데, 무상함을 사무치게 느낀 후 집착하는 버릇이 잠시라도 쉬게 되면 아주 신기한 일이 벌어진다. 집착할 대상이 마음 안에 없다 보니 마음이 어떤 특별한 장소나 대상에 머무르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 어느 대상에도 마음이 끄달리거나 머물지 않다 보니 마치 텅 빈 하늘과 같이 자유로운 상태를 난생처음 경험하게 된다.
비유해 말하자면 텅 빈 파란 하늘이 지금까지는 자기 스스로가 모양이 있는 작은 구름인 줄로만 알고 살았는데, 구름에 대한 집착이 멈추니 구름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서 본래 텅 빈 채로 끝을 알 수 없는 자유한 하늘이라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하늘이구나’ 하는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구름도 역시 하늘의 일부분이었다는 사실도 같이 깨닫게 된다. 즉 모양이 있는 구름[色]과 모양이 없는 하늘[空]이 둘이 아니라는 사실이 느껴지면서 온 우주에 내 마음 하늘이 아닌 것이 없고, 더불어 마음 하늘 하나[一心]만이 오직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부처님께서는 태어나시고 나서 일곱 걸음을 걸으신 후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이라고 하셨다. 자기 스스로를 높이려고 ‘나만 존귀하다’라고 한 뜻이 아니다. ‘유아독존’이라는 말 안에 너와 나의 구분이 생기기 이전 마음 자리, 즉 절대적 진리와 사랑의 모습을 비밀처럼 감추어 놓고 하신 말이다.
혜민 스님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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