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5.16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단오절 가까운 때에 석류꽃 붉게 피니, 때로는 한적하고 때로는 바쁘네.
잠시 맑은 하늘에 누에고치가 마르고, 땅에는 봄물이 고여 모내기를 할 만하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여름날 전원(田園)의 풍경을 읊은 시(詩)의 일부다.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1762~1836)이 여름날 전원(田園)의 풍경을 읊은 시(詩)의 일부다.
석류꽃이 붉게 필 무렵 누에고치를 말리고 모내기를 하는 바쁜 농부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다산의 시처럼 대개 석류꽃이 필 무렵에 모내기를 하고, 석류 열매가 익을 무렵에는 벼를 수확한다.
궁궐 뜰에 놓인 석류 화분에서 핀 꽃을 보며 모내기에 땀 흘릴 백성들을 걱정하고, 석류가 익을 무렵이면
벼를 수확하는 백성들의 노고를 떠올리는 왕이 있었다.
조선 22대 임금인 정조(正祖)였다.
"나는 본래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석류만이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필 때부터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나는 본래 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석류만이 잎이 돋아나고 꽃이 필 때부터 열매를 맺어 익을 때까지
그 절기의 이르고 늦음이 벼와 모두 부합된다.
그러므로 매우 기뻐하며 뜰 앞 계단 아래에 항상 석류나무 몇 그루를 남겨 두었다."
정조가 자신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 남긴 글이다.
정조가 자신의 문집 '홍재전서(弘齋全書)'에 남긴 글이다.
정조는 꽃을 그리 즐기지 않았지만, 유독 석류만큼은 좋아했다.
석류를 통해 벼농사의 시기를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조는 재위 기간 동안 12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던 '식목왕(植 木王)'이었다. 정조는 심을 나무를 고를 때에도
열매를 먹을 수 있는 밤나무와 옷을 해 입을 수 있는 뽕나무 등 철저하게 민생의 관점에 섰다.
지금 농촌에서는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제 곧 석류도 꽃을 피울 것이다.
올해는 정조가 즉위한 지 240년이 되는 해다.
모내기와 석류가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국민의 노고를 떠올리고 함께 고민하는 지도자가 그리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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