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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택의신온고지신] 봉법국강(奉法國强)

바람아님 2016. 6. 2. 00:03
세계일보 2016.06.01. 22:01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부정과 불법, ‘법 장사꾼’으로 전락한 일부 전관(前官) 변호사와 이에 편승한 판사와 검사를 보는 세상의 눈길이 매섭다. 내로라하는 전관들의 막행막식으로 인해 파사현정의 본분에 충실한 다수 법조인의 수사와 판결의 정당성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사법 불신은 커진다. 법치가 바로 설 수 없다.

일찍이 대표적 법가 ‘한비자’는 “항상 강한 나라도 없고, 항상 약한 나라도 없다, 법을 받듦이 강하면 강한 나라가 되고, 법을 받듦이 약하면 약한 나라가 된다(國無常强 無常弱, 奉法者强 則國强 奉法者弱 則國弱)”고 경책했다. 진정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선 법질서를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전관 변호사들이 ‘형사 소송 1건당 50억’ 등에서 보듯 현직 때 맺은 인맥을 활용해 터무니없이 많은 ‘수임료’를 받아 챙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정의의 화신인 양 사정(司正)의 칼을 맘껏 휘두르던 판검사가 전관이 되어선 ‘법조비리의 대명사’처럼 전락한 이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런 일을 예견한 듯 한비자의 우려는 오늘에도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사사로운 의리를 행하면 나라는 어지럽게 되지만, 공적인 의리를 행하면 잘 다스려진다. 그러므로 공과 사는 구분이 있어야 한다(私義行則亂 公義行則治 故公私有分).”

이는 “오직 공평하면 지혜가 생기고, 오직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惟公則生明 惟廉則生威)”는 ‘채근담’의 가르침과도 궤를 같이한다. 재조든 재야든 공정하고 깨끗하면 나라가 안정된다는 뜻과 통한다. 인간의 삶과 공동체를 위한 고뇌와 번민을 하는 법조인이 그리운 이유이다. 개방화시대,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법조인의 윤리의식과 자세 변화가 요청된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원장


奉法國强: ‘법을 받들면 나라가 강해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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