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의 초댓날을 하루 앞두고 관련 옛 시조 한편을 감상해 본다.
그림 - 이유신. 행정추상도(杏亭秋嘗圖)
자네 집의 술 닉거든 / 김육(金堉)
자네 집의 술 닉거든
부듸 날 부르시게
초당(草堂)에 꽃 픠거든
나도 자네 청(請)하옴세
백년(百年)떳 시름 니줄 일을
의논(議論)코져 하노라
-이 시조는 청구영언(靑丘永言)에 전해 내려온 김육 작품이다-
[주 석]
닉거든 : 익거든/ 백년떳 : 백년 동안
[해 설]
● - 풀 이 - ●
자네 집에 술 익거든 부디 나를 부르시게
내 집의 꽃 피거든 나도 자네 청하겠네
한 평생 시름 잊을 일을 의논하고자 하노라.
[감 상]
이 시조에는 이웃 끼리 있는 것은 서로 나누어 먹고, 없는 것은 서로 보 태어 보충하며, 화목하게 지내려는
동향의식의 발로가 뚜렸하다. 말하자면 서민생활의 평화가 이 시조의 밑바닥에 깊이 깔려있다는 이얘기다.
술이 익으면 서로 나누어 마시고 꽃이 피면 꽃놀이를 더블어 즐기자는 이웃의식, 그것은 이웃 사촌이라는
우리 속담에도 잘 나타나 있듯이 훈훈한 인간미가 풍기는 그건 바로 재상까지 지낸 사람이 그것도 바로 양반의
최고 지위를 오르내리던 자가, 서민생활의 구수한 情理를 느끼기 시작해다는 데에, 이 시조의 의미가 번득이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草野에 묻힌 흙의 생활 속에서 풍기는 인간미, 오고가는 인정의 통로가 그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은 양반의 평민화 라기 보다는 양반의 인간발견이라는 데에 이 시조가 갖는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
[작자소개]
김 육 (1580-1658) : 자는 백후, 호는 잠곡. 인조 2년에 증광시에 급제한 후 효종 때 벼슬은 영의정에 이르름.
대동법을 실시케 했으며 서양력 을 참고하여 時憲曆이라는 새 역법을 쓰자고도 함. 그의 경제학은 실학의 선구적
역할을 함. 저서로는"해동명신록", "감개록집"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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