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學,藝術/고전·고미술

[옛시조 들여다보기]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저

바람아님 2013. 6. 25. 18:03


(재편집-2013. 6. 26.)



요즘 갑갑한 일이 많은데 바람아님이 올린 글에 마음의 창 이야기가 나온김에 생각나서 인터넷을 뒤져 적어 본다.



창 내고저 창내고저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저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저귀 수돌저귀


배목걸쇠 크나큰 장도리로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저


이따금 하 답답할 제면 여닫어볼까 하노라



조선 후기에 씌어진 작품으로 고시조집 《진본청구영언(珍本靑丘永言)》에 실려 전한다.

 

생활고에서 비롯되는 근심과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은 심정을 가슴에 창을 낸다는 기발한 발상과 해학적 표현으로 


노래한 장시조(長時調)로서 서민들의 애환을 잘 반영한 일종의 수심가(愁心歌)이다.



<어휘 풀이>

 고모장지 : 문의 일종. '장지'는 방에 칸을 막아 끼운 미닫이.

 셰살장지 : 문살이 가는 장지.

 들장지 : 들어 올려서 매달아 놓게 된 장지.

 열장지 : 좌우로 열어 젖히게 된 장지.

 암돌져귀 : 문설주에 박는 구멍난 돌쩌귀.

 수돌져귀 : 문짝에 박는 돌쩌귀.

  목걸새 : 문고리에 꿰는 쇠.

 잇다감 : 가끔.


<전문 풀이>

  창 내고자 창을 내고자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고모장지 세살장지 들장지 열장지 암돌쩌귀 수돌쩌귀 

  배목걸새 크나큰 장도리로 뚝딱 박아 이 내 가슴에 창 내고자.

  이따금씩 매우 답답할 때는 여닫아 볼까 하노라.


<작품 감상>

  (1)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답한 심정을 꽉 막혀 있는 방으로 나타내고, 거기에 창문을 달아서 답답한
      심정을 풀고 싶다는 표현은 매우 기발한 발상이다. 구체적인 생활 언어를 사용하고 문의 종류를 장황하게 열거함으로써
      답답한 심정을 절실하고도 다소 과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노래는 다른 시조들처럼 상황의 제시에 머무르지

않고 나가려는 적극적 의지도 함께 보여 주었다는 데 특색이 있다.


  (2) 일상적인 사고나 착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기발한 생각을 기상(奇想)이라 한다. 세상살이의 고달픔이나 근심에서

오는 답한 심정을 꽉 막혀 있는 방으로 나타내고 가슴에 창이라도 내서 시원스럽게 펴고 싶다는 착상으로 재미있게 표현

하고 있다. 체적인 생활 언어와 초장의 다급한 상황에 대하여 친근한 일상적 사물을 다소 수다스럽게 열거함으로써

괴로움을 강조하는 수법은다분히 해학적이기도 한데, 비애와 고통을 어둡게만 그리지 않고 이처럼 웃음을 통해 극복

하려는 우리 나라 평민 문학의 한 특징이 엿보인다. 


 

  (3) '창 내고쟈 창을 내고쟈'는 초장에서 답답한 심정을 폐쇄된 공간으로 나타내고, 종장에서 그것을 풀어 헤치는 열망에 

어울리게 우악스런 목수의 솜씨로 뚝딱 문을 만들어, 종장에서 이따금씩 여닫을 수 있는 창을 내고 싶다고 하였다. 

이 시조는 가슴에 창문을 낸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지만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을 드러내는 매우 적절한 장치로 

활용되었다. 또한 생활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생활인의 언어로 구체화한 것이 이 사설시조의 특징이다. 또한 오늘의

자유시의 원형(原型)을 이러한 사설시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가슴이 답답한 일이 쌓였을 때 읽을만한 또다른 시>>

한 자 쓰고 눈물지고 : 

http://blog.daum.net/jeongsimkim/3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