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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史上 최저 금리 부작용 무서울 수 있다

바람아님 2016. 6. 14. 00:13
조선일보 2016.06.13. 03:25

지난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最低) 수준인 1.25%로 끌어내렸다.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시도다. 그러나 기록적인 저(低)금리에 따른 부작용 역시 어느 때보다 심각해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 과열과 이에 수반되는 가계 부채 급증이 걱정이다.

작년 3월 기준금리가 처음 1%대로 떨어진 뒤 이미 부동산 거품에 대한 경고음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올해 전국 공시지가 상승률은 5%를 넘어 작년 경제성장률(2.6%)의 2배에 육박했다. 4.6% 올랐던 작년보다 상승세가 한층 가파르다. 빚내서 집 사려는 사람들이 늘자 건설 회사들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아파트를 짓느라 땅을 사들였다. 실제 작년 아파트 분양 물량은 49만 가구로 2000년 이후 14년간 평균치(27만 가구)의 1.8배에 달한다. 금리가 더 떨어졌으니 이런 흐름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달 들어 서울 강남과 송파, 양천구 일대 대단지 재건축 아파트값이 사상 최고치였던 2006년 수준을 넘어선 것도 그 연장선 위에 있다.


가계 빚은 눈덩이처럼 불고 있다. 가계 부채는 작년 한 해 120조원, 올해 1분기(1~3월)에만 20조원 넘게 늘어 1223조원에 이른다. 늘어난 빚의 3분의 2가 주택 담보대출이다. 1분기에 저축은행·카드회사 등 2금융권 가계 대출이 은행 대출의 세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나 아파트를 짓는 건설사가 빌리는 집단 대출이 전체 은행 주택 대출의 절반을 넘긴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주식시장에선 증권사가 고객에게 빌려준 주식 투자금 규모가 두 달 전 사상 처음 7조원을 넘긴 뒤 잠시 주춤하다 지난주 금리 인하로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00년 이후 금리를 내리면 부동산과 주식에 돈이 몰리는 현상이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과 금융시장이 적당한 온기(溫氣)를 유지해야 내수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정부도 부동산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내리는 정책 방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최근 2~3년 새 2%대 저성장과 주력 산업 쇠퇴, 인구 노령화라는 근본적인 구조 악화에 빠져 있다. 당장 올해부터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줄어들고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사라질 일자리만 8만개가 넘는다. 이런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대외 변수로 과열된 부동산·금융시장에 충격이 오면 그 파장은 경제가 고성장하던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정부는 사상 최저 금리가 가져올 이상(異常) 징후에 선제적으로 정밀한 대책을 준비해야 한다. 금융 당국은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서민층의 대출과 부실 처리 능력이 떨어지는 2금융권 대출을 면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시장에 지역적인 공급 과잉 우려가 없는지, 투기 세력은 없는지도 집중적으로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시중에 넘치는 자금이 투기 목적으로 단기 운용되는 것을 막고 창업 기업이나 연구·개발 투자로 흐르도록 하는 큰 틀의 금융 활성화 대책이 한시라도 빨리 나와야 한다. 이대로 두면 저금리의 경기 부양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심해져 우리 경제는 외부 충격에 더 취약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경제를 살리려고 내놓은 처방이 거꾸로 독이 되지 않도록 정부와 한은이 경각심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