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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술 핫코너] 정보 비대칭성과 시장의 진화

바람아님 2016. 5. 28. 06:48

(출처-조선일보 2016.05.23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경제는 우리 사회의 대부분 문제와 연관돼 있고 경제학적인 연구 분석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런 연구를 하는 대학교수나 연구원들의 논문이나 보고서는 대중들에게 소개되지 않습니다. 

내용이 어렵기도 하지만 대중들에게 소개할 통로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조선비즈는 앞으로 [경제학술 핫코너]를 통해 경제학술 논문과 보고서 등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경제학술 핫코너] 정보 비대칭성과 시장의 진화전통 경제학은 시장에서 각 거래 주체간의 정보 비대칭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시장 실패에 주목해 왔다. 
전통적 경제학자들의 예측과는 달리 인터넷의 보편화로 인해 정보 공유가 용이해지고 
온라인 소비자 리뷰 등 다양한 정보 공유채널이 등장함으로써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 문제는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 효율성도 개선돼 소비자 및 기업 등 거래 주체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시장은 진화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사례들을 살펴보고 그 시사점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대형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정보 비대칭 문제의 개선

인터넷의 사용 증가는 온라인을 통한 중고 물품의 거래를 크게 성장시켰다. 
이베이(ebay.com) 및 각종 온라인 경매 사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성장해 이를 통한 중고 물품 거래량도 시장에서 상당한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온라인 중고 시장의 성장은 전통 경제학의 입장에서는 다소 놀라운 것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 (George A. Akerlof)의 ‘레몬 시장론'(중고차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레몬에 빗대 설명한 이론. 레몬은 겉은 보기 좋지만 속은 하자가 있는 상품이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이후 경제학자들은 
중고차 시장 등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존재하는 시장에서 역선택의 가능성을 주목해 왔다.

역선택 문제는 시장에 높은 품질의 상품과 낮은 품질의 상품이 공존하고 이러한 품질을 해당 상품 판매자는 알지만 
잠재적 구매자는 모르는 경우 발생한다. 시장가격은 높은 품질과 낮은 품질 중간 정도에서 책정돼 높은 품질 상품의 
소유자는 손해를 보면서 시장에 상품을 내놓을 유인이 없다. 결국 시장에는 낮은 품질의 상품만 남게 되고 
잠재적 소비자도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게 되어 시장에서는 거래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근본적인 시장 실패가 발생하게 되는 셈이다.

온라인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잠재적 구매자가 구매 의사가 있는 상품을 직접 볼 수 없으므로 이러한 문제가 더 
심각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온라인 중고시장에서 거래량은 상당했고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큰 중고차 시장인 이베이 모터스(Ebay Motors)에서는 판매자, 구매자 모두에게 상당한 금전적 위험성이 
있고 정보 비대칭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2006년 8월에서 2008년 4월 사이에 매달 무려 5만대 이상 거래된 것으로 보고됐다.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였고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Microsoft Research) 선임연구원인 그렉 루이스
(Gregory Lewis)는 그의 연구 ‘Asymmetric Information, Adverse Selection and online Disclosure: 
The Case of ebay Motors’(비대칭 정보, 역선택과 온라인 공개: 이베이모터스 사례, American Economic Review 2011)에서 
이러한 온라인 중고시장의 긍정적인 결과는 
부분적으로 판매자가 제품의 품질을 효과적인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이베이 모터스 온라인 경매 시장의 경우, 판매자들이 경매 웹페이지상에서 텍스트나 전문적인 사진을 통해 상품의 정보를 
공개하고, 이러한 정보가 거래 후 검증가능함으로써 잠재적인 구매자에게 실효적인 판매계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온라인에서 판매자들의 노력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을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특히 경매 웹페이지에 게재된 텍스트와 사진은 거래 가격에 큰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정보공개가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좋은 예가 있다. 
한 중고차의 경우 웹상에 2페이지에 달하는 텍스트와 28장의 사진을 게시해 37번의 입찰가격을 받았다. 
이에 미국의 대표적인 중고차 평가 사이트인 켈리 블루 북(Kelley Blue Book)에서 제시하는 적정 거래가격 5100달러 보다 
높은 최종 경매가격 6875달러에 거래됐다. 
반면 다른 차는 단 3줄의 텍스트에 3장의 사진을 게시해 4번의 입찰가격을 받았다. 
적정 거래가격이 4700달러 임에도 불구하고 최종 입찰가격 1225달러에 거래됐다.

전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추정결과에 의하면 사진이 9장에서 10장으로 한 장 늘 때 판매 가격은 약 1.5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평균 수준의 차로 계산하면 약 171달러에 해당한다. 
중고차 품질을 나타낼 수 있는 구체적인 텍스트 표현(긁힘 자국 정도, 차에 움푹 들어간 곳의 정도 여부, 녹슨 곳의 정도 여부)도 판매가격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베이 중고차 시장의 예는 판매자의 정보 공개 노력이 거래를 활성화 하는 것은 물론 그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소비자 온라인 리뷰도 정보 비대칭 문제 개선에 기여

위의 예처럼 판매자와 구매자간의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성은 
판매자의 상품 품질에 대한 구체적 정보 공개로 상쇄되기도 하지만 
다른 시장에서는 온라인 리뷰 등을 통한 적극적인 소비자들의 리뷰나 별점 등의 평가로 인해 개선되기도 한다. 

음식점이나 호텔 등은 실제 소비자가 해당 업소에서 체험을 하지 않고서는 해당 서비스의 질을 알 수 없는 경험재(經驗財)라 
불린다. 이러한 경험재는 소비자들의 리뷰를 통한 정보 공개가 시장 거래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버드 비지니스 스쿨의 마이클 루카(Michael Luca)의 연구 ‘Reviews, Reputation and Revenue: The Case of Yelp.com’
(리뷰, 평판 그리고 수입: 옐프닷컴 사례, HBS working paper 2016)에 따르면 음식점에 대한 온라인의 소비자 평가가 
음식점의 판매수입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의 6만 곳이 넘는 음식점들의 수입자료와 
옐프닷컴(Yelp.com)의 별점 자료를 연계한 통계자료(2003~2009년)에 의하면 옐프 사이트 리뷰에서 별점 하나가 증가할 때 
평균적으로 음식점 수입은 5~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효과는 옐프닷컴 등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의 리뷰를 통하지 않고는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없는 소규모 개별 업체에서 
더 유효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체인 업체들은 옐프 닷컴의 소비자 리뷰 정보 효과가 미미했다. 
이러한 결과는 온라인에서 소비자들의 리뷰를 통해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이 개선됨은 물론 소비자들이 더 좋은 질의 상품이나 
서비스군으로 이동함으로써 시장의 효율도 증진되었음을 보여주는 예다.

정책 당국의 정보 공개 노력도 문제 개선에 도움

이같은 시장에서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는 정부 정책으로 개선되기도 한다. 
1998년 1월 미국 로스엔젤레스 카운티는 음식점의 위생 등급 카드를 식당 입구에 게시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위생당국은 매 분기당 무작위로 선택한 식당의 위생상태를 검사해 왔는데, 
이 정책 도입으로 정책 도입 전후 소비자 및 음식점의 반응을 비교해 위생 등급 카드 의무화의 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사 실험(quasi-experiment) 상황이 만들어 졌다.

위생당국은 위생 점수가 90~100% 사이면 A 등급, 80~89%는 B 등급, 70~79% 사이면 C 등급 카드를 부여하고 
70% 이하는 실제 점수를 적은 등급 카드를 발급했다.

이를 분석한 메릴랜드대의 진저 진(Ginger Zhe Jin)과 UCLA 경영대의 필립 레슬리(Phillip Leslie) 교수의 연구 
‘The Effect of Information on Product Quality: Evidence from Restaurant Hygiene Grade Cards’(생산의 질에 대한 
정보공개 효과: 음식점 위생 등급 카드로 도출된 증거,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2003)에 따르면 
위생 등급 카드 의무화는 여러 효과를 가져 왔다. 
우선 음식점들의 위생상태가 개선됐다. 위생당국의 검사 점수는 등급 카드 의무화 시행 전후에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 관련 질병의 발생은 무려 20%나 감소했다.

수익도 큰 차이가 났다. 
등급 카드 의무화 시행 전후 A 등급 음식점은 5.7% 수익이 증가했다. 
B 등급 음식점은 수익이 0.7% 증가했고, C 등급 음식점은 수익이 1% 감소했다. 
이 결과는 어떤 음식점이 A 등급을 획득하게 되면 B 등급 일때에 비해 평균 수익이 5% 정도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과 정책 당국에의 시사점

이러한 연구사례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인터넷의 보급과 온라인 소비자 리뷰 등의 보편화는 시장에서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시켜 시장 거래량 증가를 가져왔다. 소비자들을 더 좋은 품질군으로 이동시킴으로써 시장의 효율성도 개선되게 했다. 
더 나아가 서비스 공급자들이나 기업들도 소비자 반응에 따라 품질을 개선할 유인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연구결과는 기업과 정책 당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기업은 소비자에 전통적인 정보 공급 채널인 광고의 활용 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비자 리뷰를 효과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긍정적인 리뷰는 부각시키고 부정적인 리뷰는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의 개선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특히 점점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텍스트마이닝(text-mining·구조화되지 않은 대규모 텍스트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지식을 도출해내는 기법), 센티먼트(sentiment·펀더멘털 접근법이 이성적인 분석과 판단에 의한 결정이라면 
센티먼트 접근법은 시장의 흐름 안에 섞여 있는 투자자들의 직관 및 감정적 분위기에 주목) 분석 기법 등 빅데이터 방식 
활용이 이에 유용할 것이다.

정책 당국도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에 정보 비대칭 상황이 존재할 경우 
온라인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활용해 공공의 이익이 극대화 될 수 있는 정보 공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환자와 병원 사이에 정보 비대칭성이 상당한 의료 서비스 등이 좋은 케이스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