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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 음식] [가자미식해와 초밥] 생선에 소금·쌀밥 섞어 발효시켜 만들어요

바람아님 2016. 7. 11. 11:44

(출처-조선일보 2016.07.11 기획·구성=배준용·김지연 기자/ 박현진·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


우리나라 동해안의 강원도 속초에는 6·25전쟁 후 이북 사람들이 모여 살아온 아바이마을이 있어요. 

아바이마을에서는 집집이 '가자미식해(·생선에 소금과 밥을 섞어 숙성시킨 식품)'라는 음식을 담가 먹어요.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 가자미를 하루 정도 소금에 절이고, 꾸덕꾸덕하게 말려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 다음, 

밥과 양념을 넣어 골고루 버무린 후 항아리에 넣어 5일 정도 삭히면 완성되지요. 

신선한 생선과 쌀, 소금으로 만든 새콤한 가자미식해를 더운 쌀밥에 올려 먹으면 참 맛있답니다.

속초의 대표 향토 음식인 이 가자미식해는 지금은 분단되어 갈 수 없는 북한 함경도 지방의 향토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해요. 

원조격인 함경도 가자미식해는 좁쌀밥을 넣어 담그고, 속초 가자미식해는 보리밥이나 쌀밥을 넣어 담근다는 차이가 있지요. 

그런데 이 가자미식해와 일본의 초밥(스시)은 기원이 매우 비슷하답니다.

지금으로부터 1800년 전 쓰인 중국 설문해자(設文解字) 사전은 식해의 유래에 대해 이렇게 기록하고 있어요. 

"생선에 최소한의 소금과 쌀밥을 섞어 항아리에 넣어 서늘한 곳에 두면 생선의 부패가 억제되어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다." 

냉장고가 없던 옛날엔 물고기를 잡은 뒤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보관하기가 매우 힘들었어요.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여름철 우기(雨期)가 길어 생선을 말려서 보관하기도 어려웠답니다. 

그래서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생선을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법을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소금 가격이 굉장히 비쌌다고 해요. 

그래서 만들어낸 방법이 소금과 함께 쌀밥을 섞어 생선을 발효시키는 거예요. 이렇게 보관한 물고기는 맛이 비리지 않고 

새콤하면서 반찬으로 매우 잘 어울렸답니다.

가자미식해(왼쪽 사진)는 생선에 소금과 쌀밥을 섞은 후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이에요. 일본의 ‘원조 스시’ 도 처음 만들어질 땐 생선에 밥을 넣은 뒤 발효시킨 형태(오른쪽  사진)였지요.
가자미식해(왼쪽 사진)는 생선에 소금과 쌀밥을 섞은 후 발효시켜 만드는 음식이에요. 일본의 ‘원조 스시’ 도 처음 만들어질 땐 생선에 밥을 넣은 뒤 발효시킨 형태(오른쪽 사진)였지요. /한현우 기자·위키피디아
이 독특한 생선 보관법이 우리나라에 전해져 가자미식해로 발전했고, 일본에서는 초밥으로 발전한 거예요. 
현재 우리가 보는 초밥은 밥 위에 생선 살을 잘라 올려놓는 것이지만, 
1300여년 전인 일본 나라시대에 만들어진 '원조 스시'는 가자미식해처럼 생선·소금·밥을 섞은 뒤 발효 과정을 거치는 
것이었어요. '스시'는 일본어로 "맛이 시다"라는 뜻이 있는데, 발효된 생선의 맛이 시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에요.

라오스와 캄보디아에도 우리나라의 식해나 일본의 초밥과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 
라오스에서는 민물고기를 소금에 절인 다음 밥과 섞어 한 달 정도 발효시킨 '빠솜'이 있어요. 
지금도 라오스에서는 식탁에 반드시 오르는 반찬이에요. 
캄보디아에서도 밥에 넣어 삭힌 생선을 '뻐어'라고 하는데, 치즈처럼 시큼하면서 고소한 맛이 난답니다.

그런데 왜 생선에 밥과 소금을 버무려 두면 항아리에 보관할 때도 상하지 않을까요? 
생선이 상하는 이유부패균·병원성균이 자라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식해로 만든 생선에는 해로운 균 대신 유익한 유산균이 자란답니다. 
유산균은 젖산(lactic acid)과 나이신(nisin) 등 다양한 항생물질을 만들어 부패균이나 병원선균을 죽이거나 
생기지 않도록 해줘요. 
덕분에 아시아 사람들은 이 발효 생선을 통해 예부터 지금까지 우수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었던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