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休)~, 휴가지 스트레스가 없는 미지의 계곡 10선
7월의 막바지, 8월의 코앞인 요즘을 일컬어 여름의 한 가운데, 한여름이라고 한다. 매년 나오는 뉴스지만 올해 역시 역대 최고의 더위로 낮에는 찜통, 밤에는 열대야에 사람들은 지치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쉼'이다. 바쁠수록 또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고,차들이 전속력으로 내달리는 고속도로에 반드시 휴게소가 있는 이유도 쉼과 그를 통한 회복, 그리고 여유를 찾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제대로 쉬기 위한 곳을 찾기란 만만치는 않다. 한여름은 곧 성수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피서를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알려지면 그곳은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히려 쉬려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찾아봤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곳, 더불어 비싸지도 멀지도 않은 경기도 곳곳에 자리한 계곡을 10곳 살펴봤다. 초호화 시설을 자랑하는 워터파크는 아니지만 이 곳은 사람에 치이거나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지겨움이란 없다. 휴가 본연의 의무인 쉼이 살아 있는 무명(無名)계곡 10선을 소개한다.
▲ 가평 석룡산 조무락골 =
가평군 북면 적목리에는 해발 1155미터의 석룡산이 자리한다. 이 기슭에서 생명을 얻어 5km 가량 굽이치다가 가평천으로 흘러드는 청정 계곡이 조무락골이다. '산새들이 조무락거린다(재잘거린다의 사투리)' 해서 조무락골이니, 이름만 되뇌어도 어렴풋이 풍경이 떠오른다. 한자를 끌어다 조무락(鳥舞樂)이라고 하기도 하지만 아름다운 우리말 이름을 두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무락골은 크고 작은 폭포수와 깊은 웅덩이, 기묘한 바위들이 손잡고 아름다운 자연을 빚는다. 조무락골에서 가장 빼어난 절경은 복호등폭포. 용수동 버스 종점인 38교에서 계곡을 끼고 45분쯤 걸으면 오른쪽으로 조무락골 지류가 드리운다. 이 길로 5분 남짓 오르면 복호등폭포가 반긴다. 아무리 가물어도 복호등폭포에는 물이 마르지 않는다. 비가 잘 오지 않는 봄가을에는 용꼬리를 연상시키는 물줄기가 암벽을 흥건히 적신다. 비가 많은 여름철에는 5미터 너비의 벼랑을 꽉 채우고 20여 미터 높이에서 우렁차게 쏟아지는 물줄기가 장관이다. 한여름에도 서늘한 한기가 엄습하니, 이만한 피서지도 드물다.
* 찾아가는 길 - 가평에서 목동을 거쳐 75번 국도를 따라 달리면 조무락골 입구인 38교에 닿는다. 대중교통은 가평에서 용수동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
▲ 가평 유명산 입구지계곡 =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에 솟은 유명산은 해발 844미터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웅장한 산세를 자랑한다. 이 산세만큼이나 계곡미도 빼어나다. 유명산의 여러 골짜기 중에서 대표주자는 북쪽 기슭으로 흐르는 입구지계곡이다. 약 4km에 이르는 유명산 입구지계곡은 기암괴석과 깊은 웅덩이, 크고 작은 폭포 등이 어우러져 '참 예쁘다'란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푸른빛을 띤 마당소, 용소, 박쥐소 등이 발길을 멈추게 해 설악산 천불동계곡을 축소한 듯하다는 찬사를 보내는 이들도 있다.
시원한 물에 발을 담그고 옛 선인들처럼 탁족을 즐기노라면 피로가 풀리고 더위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옛날에는 날이 가물면 용소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또한 유명산 일대에 축산 농가가 없어 물이 맑고 깨끗하다. 투명한 물속을 들여다보면 버들치 등 일급수 어종이 제 세상 만난 듯 휘젓고 다닌다. 등산을 즐겨도 좋다. 주계곡 오른쪽으로 드리운 산길로 1시간 20분쯤 오르면 유명산 정상이고, 정상에서 계곡을 따라 2시간쯤 내려오면 주차장에 닿는다.
* 찾아가는 길 - 청평과 양평을 잇는 37번 국도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와 청평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양주 원각사계곡 =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왕이 공을 세운 왕족이나 신하에게 땅이나 노비를 하사할 때 그 소유권을 인정하는 문서를 사패(賜牌)라고 한다. 북한산 국립공원을 이루는 산악 가운데 가장 북쪽에 위치한 사패산은 선조의 6째 딸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갈 때 하사한 산이라고 해 붙은 이름이다. 해발 552미터로 그다지 높지 않으면서도 기암괴봉과 울창한 수풀, 아름다운 계곡이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빚는다. 그러나 북한산 국립공원 중에 가장 외진 곳에 자리한 까닭인지 찾는 이가 적어 호젓한 맛을 풍긴다.
사패산이 품은 골짜기 중에서 가장 원시적이면서 아기자기한 곳은 원각사계곡이다. 사패산 서쪽 자락으로 굽이치는 이 계곡은 그리 길지 않지만 우람한 폭포수를 둘이나 거느리고 있고, 깊은 웅덩이와 맑은 계류가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다. 무엇보다 인적이 드물어 한적하게 쉴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계곡의 이름을 낳은 원각사는 대웅전과 범종각, 요사채, 청동좌불 등을 갖춘 사찰로 아담한 느낌을 준다.
* 찾아가는 길 - 송추에서 의정부 방면 39번 국도로 달리다가 원각사로 우회전한다. 대중교통은 3호선 구파발역에서 의정부행 버스를 타고 송추역을 지나 원각사 입구에서 내린다.
▲ 남양주 비금계곡 =
수동 국민관광지는 맑은 물이 철철 흘러 물골안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서리산, 축령산, 주금산, 천마산 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운치가 일품인 곳으로, 여러 계곡들로 이루어져 있다. 수동 국민관광지의 최상류에 위치한 비금계곡은 약 2km에 걸쳐 이어지는데, 울창한 수풀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시원하고 깨끗한 물이 흘러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비금계곡을 따라 오르다가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가벼운 등산로를 더듬는 것도 좋다.
비금계곡 입구에는 몽골문화촌이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곳은 몽골 유목민의 이동식 전통가옥인 게르(GER)가 세워져 있는데, 모두 몽골에서 직접 가져온 재료로 지은 것이다. 중앙에 있는 대형 게르인 몽골문화전시관에는 유목민의 전통 옷과 말안장, 장신구, 생활용품, 악기류 등 150여 점이 전시돼 있고, 몽골민속예술공연장과 마상공연장도 갖추고 있다.
* 찾아가는 길 - 마석에서 수동을 거쳐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청량리에서 구리-남양주-마석을 거쳐 비금리로 가는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남양주 수락산 은류골 =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의정부시, 남양주시 별내면의 경계에 솟은 수락산(638m)은 거대한 화강암 암벽이 노출돼 있으나 산세는 그리 험하지 않다. 수락(水落)이라는 산 이름은 동쪽 기슭의 여러 폭포에서 물이 떨어진다고 해서 붙은 것으로 보인다. 수락산 동쪽 자락을 흐르는 계곡은 흔히 청학동이라고 부르며 옥류폭포, 금류폭포, 은류폭포, 은성폭포 등의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계곡 입구는 좀 실망스럽다. 사유지여서 상인들이 점령하고 있는 탓이다. 그 멋지던 옥류폭포도 이미 풀장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상류로 오르면 곧 안도하게 된다. 30분쯤 오르면 계곡이 둘로 갈라진다. 오른쪽은 금류폭포가 있는 금류동천으로 대부분의 수락산 등산객들이 오르는 길이며, 왼쪽은 은류폭포가 있는 은류골이다. 인적이 드문 은류골로 올라선다. 작은 쌍폭포를 지나면 웅장한 암벽을 타고 흐르는 은성폭포에 다다른다. 워낙 외진 곳이어서 물놀이를 즐기며 무더위를 씻어 내리기에 그만인 일급 피서지다. 다만 은류폭포 가는 길은 미끄러우니 전문가가 아니라면 도전은 금물이다.
* 찾아가는 길 - 퇴계원과 의정부를 잇는 43번 국도를 달리다가 청학리에서 수락산유원지 방면으로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4호선 당고개역에서 청학리행 버스 이용할 수 있다.
▲ 동두천 탑동계곡과 왕방폭포 =
동두천 시내에서 동쪽으로 7km 떨어진 곳에 해발 737미터의 왕방산이 솟아 있다. 왕방산은 왕이 방문한 산이라는 뜻으로, 고려 광종 23년인 972년 도선국사가 수행할 때 광종이 친히 행차해 격려한 후 불리는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왕방산과 그 북쪽으로 이어진 국사봉(754m) 사이로 6km에 걸쳐 흐르는 골짜기가 탑동계곡이다. 탑동이라는 이름은 인근에 고려 말기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삼층석탑과 석불이 있었다고 해서 일컫는 것으로, 삼층석탑은 일제강점기 때 유실되고 지금은 석불만 남아 있다.
탑동계곡은 '동두천의 무주구천동'이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경관이 아름답다. 긴 계곡을 따라 낭바위, 아들바위, 층대바위, 줄바위, 소하천 등 온갖 형상의 암반과 석벽, 기암괴석이 이어진다. 탑동계곡의 상류 지역은 왕방계곡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왕방폭포 때문이다. 왕방산 서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3km쯤 내려온 지점에 위치한 왕방폭포는 울퉁불퉁한 기암절벽을 타고 쏟아져 내리는 자태가 우람하면서 험상궂으며 한여름에도 오싹할 만큼 시원스럽다.
* 찾아가는 길 - 동두천에서 364번 지방도를 타고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탑동-왕방 방면 동두천 시내버스 이용하면 된다.
▲ 포천 보개산 큰골 =
포천과 연천의 경계에 지장산 또는 지장봉이라고 불리는 봉우리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제 때 총독부가 잘못 붙인 이름이며, 우리 옛 문헌들은 한결같이 보개산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보개산은 왕건에게 쫓기던 궁예가 최후의 일전을 벌인 곳이기도 하다. 보개산성이라고 불리는 성터가 바로 그 역사의 현장으로 지금은 70미터쯤의 석축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보개산 동쪽 기슭에서 발원해 남쪽으로 길게 이어진 골짜기가 지장계곡이라고도 일컫는 신흥동 큰골이다. 옛 문헌에 '보개산 동쪽 양편으로 봉우리가 높게 솟아 물길이 겨우 통하는 골 안에 하얀 돌들이 어지럽게 깔려 혹은 깊은 못을 이루고 혹은 짧은 폭포를 이룬다'고 적혀 있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이곳을 신흥동이라고 부르는 까닭은 옛날에 동서 15칸, 남북 40칸 규모의 신흥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큰골의 물은 중리저수지를 이룬 뒤에 남쪽으로 흘러 한탄강과 만난다.
* 찾아가는 길 - 포천과 철원을 잇는 87번 국도를 따르다가 중1리에서 들어간다. 대중교통은 포천에서 관인면 중리로 가는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의정부 사패산 회룡골 =
사패산 동쪽 기슭의 회룡골은 회룡사와 석굴암 등 두 고찰을 간직한 데다 계곡 풍광이 빼어나고 시원해서 문화유산 탐방을 겸해 여름철 피서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회룡골 탐방안내소에서 600미터 지점의 삼거리에서 직진하면 회룡사, 오른쪽 가파른 길로 올라가면 석굴암으로 이어진다. 회룡사는 신라 신문왕 1년인 681년에 의상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이다. 천연 석굴인 석굴암은 이성계가 조선 태조로 등극하기 전에 무학대사와 함께 3년간 대업 경륜을 폈던 곳이라고 전해진다.
탐방안내소부터 회룡사에 이르는 회룡골은 계곡 출입이 금지돼 있어 그저 굽어보는 도리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피서를 즐길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회룡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지류로 들어간다. 잠시 후 지류 끄트머리 절벽 아래에서 맑은 약수가 샘솟는다. 협곡을 이룬 이곳은 항상 시원한 바람이 불어 한여름에도 서늘하다. 여기서 약수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며 더위를 씻는 맛은 으뜸이다.
* 찾아가는 길 - 의정부 서부로를 이용해 회룡사 방면으로 들어온다. 대중교통은 1호선 회룡역을 이용하면 된다.
▲ 양평 벽계9곡 =
노문8경의 하나인 벽계9곡은 통방산과 곡달산 사이를 굽이쳐 흐르는 맑은 계곡이다. 노문리에서 시작해 북한강과 만나는 수입리, 즉 무드리에 이르는 벽계천이 흡사 새 을(乙)자 모양으로 흐르며 굽이마다 자아내는 정취를 아홉 개로 나누어 구곡(九曲)으로 정한 것이다. 제1곡은 외수입(바깥무드리), 제2곡은 내수입(안무드리), 제3곡은 정지터(이제신 선생의 옛터), 제4곡은 용소, 제5곡은 자라소, 제6곡은 분설담, 제7곡은 석문, 제8곡은 속사천(속사마을 앞을 흐르는 냇가), 제9곡은 일주암(갈문바위의 선바위)을 말한다.
벽계구곡 일원에는 참나무와 철쭉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데다 그늘진 계곡에는 암반이 즐비해 휴식을 취하기에도 그만이다. 더욱이 수심이 깊지 않고 물살도 세지 않은 편이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물놀이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벽계9곡 초입인 노문1리는 조선 말기의 성리학자인 화서 이항로(1792~1868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한데, 생가가 잘 보존돼 있어 들러볼 만하다.
* 찾아가는 길 - 양수리에서 청평 방면 북한강변 도로를 따르다가 수입리에서 우회전. 대중교통은 양수리에서 문호리를 거쳐 노문리로 가는 버스 이용할 수 있다.
▲ 여주 마감산계곡 =
말감산이라고도 불리는 마감산은 해발고도 388미터에 불과하지만 이 근방에서는 가장 높다. 여주군지에 따르면 북벌의 공을 세웠던 이완 장군이 영월루에서 말을 풀어놓았더니 이 산으로 갔으므로 그때부터 마감산(馬甘山)이라고 일컬었다고 한다. 또한 옛날에 이 산에 살던 마귀할멈이 사람들에게 심술을 부려 괴롭히기도 하고 때로는 생명을 빼앗기도 해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는 전설도 내려오는데, 인근 북내면 석우리에는 마귀할멈의 지팡이로 전해지는 선돌이 있다.
마감산계곡은 규모가 작고 소박하다. 그러나 제법 멋을 부린 짤막한 폭포도 있으며 맑은 물에서 노니는 작은 물고기들을 잡는 재미도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울창한 숲을 이룬 산림욕장이 자리 잡고 있어 계곡 피서와 삼림욕을 겸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마감산 산림욕장에서 폭포를 거쳐 정상에 오른 뒤에 성주봉과 소나무 군락을 거쳐 산림욕장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6㎞쯤의 산행(약 2시간 30분 소요)을 해보는 것도 좋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여주평야와 남한강 풍경이 아름답다.
* 찾아가는 길 - 여주에서 경기도학생여주야영장(경기도청소년수련원) 방면으로 온다. 대중교통은 여주에서 걸은리 방면의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生活文化 > 그때그일그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20년 동대문밖의 주택가 (0) | 2013.07.18 |
---|---|
'1950년대 북한' 미공개 사진으로 만난다 (0) | 2013.07.17 |
CNN 선정 한국 최고의 여행지 (0) | 2013.07.15 |
"윤봉길의사 실제 의거현장은 여기" (0) | 2013.07.14 |
얼녀 네 딸을 양인으로 만든 '딸바보 선비'의 집요한 父情 (0) | 2013.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