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8.01 김은경 한국전통조경학회 상임연구원)
내 고향은 강원도 두메산골이다. 기차를 타고 5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다.
매년 여름이면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피서를 떠난다.
전국이 30도를 넘어도 고향집은 25도를 넘는 법이 좀처럼 없다.
밤에는 이불을 덮고 자야 할 만큼 시원하다. 그러니 고향집에 가면 외출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게 된다.
끼니때가 되어 엄마가 깨워야 겨우 일어나 밥을 먹고 다시 잠이 든다.
2박 3일 휴가 기간에 찾아서 먹게 되는 '숙제' 같은 음식들이 있다.
2박 3일 휴가 기간에 찾아서 먹게 되는 '숙제' 같은 음식들이 있다.
우선 감자전이다. 부모님은 감자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아서 감자전을 부쳐 주신다.
아버지가 껍질을 벗기고 감자를 갈면, 어머니는 불 앞에서 전을 부친다. 아무것도 넣지 않은 순수한 감자전이다.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굽는 족족 먹어 치운다.
부모님이 드실 건 챙기지 않는다. 집에 가면 '버릇 없는 어린아이'가 되고 만다.
둘째가 문어 숙회다. 휴가 날짜가 정해지면, 부모님은 바닷가에 가서 문어를 산 뒤 그 자리에서 쪄서 가져오신다.
둘째가 문어 숙회다. 휴가 날짜가 정해지면, 부모님은 바닷가에 가서 문어를 산 뒤 그 자리에서 쪄서 가져오신다.
가져온 문어를 다리를 잘라 은박지에 싸서 가지런히 냉동 보관한다.
그리고 문어 다리를 꺼내 썰어 주신다. 나는 문어는 숙회로만 먹는다.
다음은 찐 옥수수다. 집 근처 육백산에서 옥수수를 기르는 분들에게 가져온 옥수수를 쪄서 냉동실에 보관해 둔다.
다음은 찐 옥수수다. 집 근처 육백산에서 옥수수를 기르는 분들에게 가져온 옥수수를 쪄서 냉동실에 보관해 둔다.
부모님께는 옥수수 보관용 냉장고가 따로 있다.
마지막으로는 채소 가득한 비빔국수다. 깨어 있을 때는 내내 옥수수를 먹었고, 매끼 식사 때마다 문어 숙회를 먹고,
나머지 시간은 잠만 잤다. 이렇게 먹고 자다 보면 어느덧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된다.
기차가 떠날 때까지 역까지 나오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서울로 돌아오면 뭔지 모를 힘이 생긴다.
며칠간 먹고 자면서 쌓아둔 에너지가 내 몸 어딘가에서 나오는 기운을 느낀다.
앞으로 몇 번의 여름을 고향집에서 더 보내게 될지는 모른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나는 곳. 그곳에 아직 부모님께서 정정하게 계신다.
※8월의 일사일언 필자는 김은경 연구원을 비롯, 따루 살미넨 작가 겸 방송인, 황지원 음악 칼럼니스트,
이한빈 시나리오 작가, 배우 길해연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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