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6.09.02 강천석 논설고문)
한-미, 血盟이란 말보다 양국 國益 절충이 중요
미-중 갈등 시대 버텨낼 인내와 국력 키워야
최강대국 미국 국민의 상당수는 인도네시아가 인도 곁에 있는 나라인 줄 안다.
브레진스키는 1977년부터 4년간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 세계 정치를 주물렀다.
2005년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정치 이론가 25명을 선정했다.
사드(THAAD) 배치 발표 이후 한국에서 벌어져 온 일들은 '이 나라가 100년 전 지도에서 사라졌던 나라라는 사실을
현재의 한·미 관계에서 혈맹(血盟)이란 단어에만 지나치게 과다(過多)한 의미를 부여하면 착각을 불러올 수 있다.
동맹이란 국익을 같이하는 나라가 한 지붕 아래 동거(同居)하는 상태다. 결혼과는 다르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가치는 망국(亡國)을 맞았던 1910년대나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1950년대와는 크게 다르다.
미·중 관계가 견제 국면으로 넘어가고 사드에 대한 중국의 과잉 반응은 그 연장선에 있다.
[세상읽기]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크라이나는 없다 (출처-국제신문 2014-04-06 변호사 홍광식) |
지난 3월 18일 크림반도 합병 조약서에 서명한 푸틴은 붉은 광장을 가득 채운 12만 명의 군중 앞에서 "위대한 러시아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크림반도에서 경계를 서던 우크라이나 초급 장교 한 명이 공격을 받아 숨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군부대에 무력 사용을 승인했지만, 대응사격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19일에는 친(親)러시아 자경단(自警團) 200여 명이 우크라이나 해군 사령부를 급습하고 러시아 국기를 내걸었는데도 이를 무력으로 제지하지 못했다. 총 한 발 쏘지 못하고, 거대한 자국 땅덩어리가 러시아 손에 넘어가는 걸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잔 다르크'로 칭송받던 야권 지도자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허리 디스크를 이유로 독일의 병원 침상에 누워 있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임시정부 총리는 러시아를 공용어로 채택해야 한다는 러시아의 요구에 "내 아내도 러시아어를 자유롭게 쓴다"며 맞장구치듯 말했다. 말로만 일전(一戰)을 외칠 뿐, 러시아에 맞서기 위한 방법을 내놓고 국민에게 호소하는 지도자는 없다. 대신 이들은 미국과 유럽에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정작 우크라이나는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약점은 분열이었다. 경제적 격차와 인종 구성에 따라 동서가 갈렸고, 친서방이냐 친러시아냐를 두고 싸웠다. 더욱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강력한 국가 건설의 비전을 제시하는 지도자가 없었다. 그런 지도자가 있었다면, 지금처럼 크림반도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속수무책 보고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나 크림반도 등에 대한 집착은 우크라이나가 1991년 8월 소련으로부터 독립할 때부터 예상되었다. 우크라이나가 독립할 당시 러시아의 심경에 대해 미국 국제전략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1997년 무렵 출간된 그의 저서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300여 년에 걸친 러시아제국의 역사로부터 우크라이나의 결별은 잠재적으로 풍부한 농공업 기반의 상실과 인종적으로나 종교적으로 러시아인과 매우 흡사한 5200만 인구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러시아를 진정으로 크고 자신감 넘치는 제국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만큼의 자원이다. 그리고 러시아의 흑해에 대한 지배권도 끝나고 만다'. 우크라이나의 지도층은 자국이 처한 지정학적 상황을 통찰하고 앞으로 닥쳐올 사태에 국제적, 국내적으로 대처해야 했다. 우크라이나는 핵무기를 포기하였고, 튼실한 우방도 없이 러시아에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어 있었다. 국가 내부에서 인종적, 사회적으로 대립·갈등이 있더라도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태에서는 국민들이 일치단결하고, 국가지도층이 그런 역할을 해야 했다. 무능한 지도자는 역사의 범죄자이다. 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의 경험을 통하여 배우고,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체험해야 배운다. 나라도 마찬가지다. 북한과 대치 상황에서 북한과 동맹관계에 있는 중국,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까지 상대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크림반도 사태는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아직도 아니 영원히 국제사회는 힘이 지배하는 곳이고, 얕보이면 땅을 빼앗길 수 있으며, 자기 나라는 스스로 지킬 힘을 갖춰야 한다. 힘이 부족할 때는 다른 나라의 힘을 활용할 지혜를 가져야 한다. 동맹국과의 관계도 긴밀하여야 하고 수시로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체감하였다.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끄지 못한다(遠水難救近火). 국가 위기 순간에 말로만 도와주는 동맹이나 우방은 소용이 없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과 이웃하고 있는 스위스의 경우 독일·프랑스계 등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고, 종교적 사상적으로 다양하고, 연방제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 스위스라 1차 세계대전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초반 독일이 승리를 거듭할 때 독일어계 주민들과 프랑스어계 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어 국론이 분열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때 명망이 있는 시인 칼 슈피텔러가 국론이 통일될 수 있도록 만든 연설이 오랫동안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이웃과 형제의 차이는 매우 크다. 아무리 좋은 이웃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대포로 우리를 쏠 수 있지만, 형제는 우리 편에서 싸워 준다. 우리는 정치적 형제가 최선의 이웃이나 종족보다 더 가깝다는 것을 의식하여야 한다. 이 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우리의 애국적 의무다. 결코 쉬운 의무는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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