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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자세로 한·중 사드 갈등 넘어서야

바람아님 2016. 9. 5. 23:51
[중앙일보] 입력 2016.09.05 20:40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시 주석은 어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항저우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잘못 처리하면 지역 안정에 해롭고 각국의 갈등을 더 높이게 된다”며 “미국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측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진행해 온 그간의 설득 노력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뜻이다. 사드가 한·중 관계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드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한·중 관계를 관리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는 일이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당장 어제 북한은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해로 세 발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1000㎞ 넘게 날려보냈다.

 박 대통령이 어제 시 주석에게 강조했듯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직접적 피해자는 우리 국민이 될 수밖에 없다. 사드 배치는 북한 핵과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인 것이다. 중국이 반대한다고 국민의 생명과 국익 수호라는 국가의 기본적 책무를 저버릴 순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시 주석이 한·미 정상에게 직설적으로 사드 배치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사드는 미·중 간 전략적 균형에 관한 문제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이 “북핵 및 미사일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는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조건부 배치론’을 내세운 것은 사리에 맞는 대응이었다. 중국이 좀 더 책임감을 갖고 북한을 설득하고 압박했다면 애초에 사드 문제가 불거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양국 정상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에 입각해 공동 이익을 추구할 필요성을 언급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미 한·중 관계는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깊어지고 넓어졌다. 사드 때문에 다른 분야의 협력까지 차질을 빚는 것은 양국 모두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