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活文化/性 ·夫婦이야기

이팔청춘, 二八性春

바람아님 2016. 9. 21. 23:28

남녀칠세부동석이라 향단이와 방자가 서로의 마음을 대신 전해주던

이몽룡과 성춘향 같은 사랑얘기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렸다.

마냥 순수하지만은 않은, 10대들의 진솔한 사랑과 性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조선일보 : 2016.09.20 18:22

[Story: 어른들은 모르는 '10대들의 사랑과 性'...한 번 들어보실래요?]
 

어느 여고생의 일기장 펴보니


2016년 5월 28일

학교 끝나고 혜진이네 집에 갔다가 걔네 오빠 컴퓨터에 있는 야동을 봤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혜진이네 부모님이랑 오빠가 없으면 컴퓨터를 다 뒤져서 야동을 봤다. 처음엔 징그럽고 토할 것 같더니, 이젠 하도 봐서 좀 지겹다. 혜진이네 오빠는 어떻게 5년 동안 취향이 하나도 안 변한 건지. 중학교 입학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봤는데, 그마저도 재미없다. 차라리 친구들 실제 경험담 듣는 게 짜릿하다. 중3 때부터 남친과의 경험 털어놓는 아이들이 한둘 있었다. 고등학교 올라오니 여기저기서 남자친구와 스킨십한 이야기를 실감 나게 들려준다. 내가 너무 순진한 걸까?


6월 3일

고등학교에선 공부만 파려고 한 학기 내내 ‘남소(남자친구 소개받기)’를 금지했는데, 지혜한테 생일선물로 남소를 받았다. ♥♡♥♡♥♡ 존잘!(아주 잘생겼다는 표현). 시우민(아이돌 그룹 ‘엑소’ 멤버) 닮았는데 키는 훨씬 더 크다. 같은 동네 살고 중학교 선배라 말도 잘 통하는 것 같고. 오빠가 선톡(카톡 메시지를 먼저 보내는 것)으로 영화를 보자고 했다. 빨리 애들한테 가서 자랑하고 싶다. 아직 ‘썸’만 타는 수준인데 SNS에서 오빠 얘기를 할까, 말까.


지난해 방영된 SBS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의 한 장면. 드라마 초반, 모범적인 고등학생 남녀가 연애를 하다가 성관계를 맺고, 여학생이 임신을 하면서 시작한다.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 캡처

6월 15일

오늘부터 1일♥

오빠가 집앞에서 나를 확 끌어당겼다. 그냥 뽀뽀만 할 줄 알았는데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복숭아 조각 같은 게 입 안으로 쏙 들어왔다. 첫 키스는 중학교 2학년 때 해봤지만, 오늘 오빠랑 한 키스는 그때보다 훨씬 기분이 좋다. 이제 나도 어른이 다 된 것 같다.


6월 21일

작별 키스를 하는데 오빠 손이 살그머니 내 블라우스 속으로 들어왔다. “오빠 이게 뭐야!” 하고 밀쳐냈더니 오빠가 “아, 미안해” 하며 무안해한다. 결국 가슴을 만지네, 마네의 문제를 갖고 오빠랑 싸웠다가 화해했다. 싸우면서 사랑도 깊어지겠지? 뒤돌아서 터벅터벅 걸어가던 모습이 눈에 밟혔다.


6월30일

집요하다, 이 오빠. 결국 교복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남자 손이 가슴에 닿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는데, 나쁘진 않네. 오빠의 크고 따뜻한 손을 생각하니까 웃음이 실실 나온다. 손이 점점 아래로 내려오길래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빠가 괜히 헛기침을 하면서 손을 뗐다. 예전에는 나도 겁이 많이 났는데,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오빠 모습을 보니 좀 귀엽다.


7월 18일

오빠가 집에 아무도 없다고 놀러 오랬다. 같이 TV를 보는데 오빠가 날 보며 묻는다. “오늘은 안 될까?” 장난감이라도 빼앗긴 다섯 살 아이처럼 애처롭게 쳐다봐서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 그래도 티셔츠를 꼭 여며 쥐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빠가 “그럼 다음에” 하며 씁쓸히 웃는다. 궁금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오빠는 사랑하면 할 수 있는 거라고, 우리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지만, 이건 좀 망설여진다. 다음에도 거부했다가 오빠가 날 떠나면 어쩌지? 오늘 밤 빨리 잠들긴 힘들 것 같다.

性관계 해본 청소년
“첫경험은 보통 中1때“

중·고교생 6만8043명, 질병관리본부서 조사


성춘향과 이몽룡이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함께 밤을 보냈다. ‘이팔청춘’(二八靑春), 열여섯 살 때였다. 당시 이미 성인 취급을 받았던 이들의 사랑은 자연스러웠고, 몸과 마음도 사랑을 시작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한데 이 남녀가 지금 시대에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성춘향은 어머니 허락을 받아 이몽룡을 만나고 한방에서 잘 수 있었을까? 자신의 사랑에 책임질 수 있었을까?


어른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요즘 10대들이 왜, 어떻게 사랑을 하는지. 이미 성인과 다름없는 육체와 욕구를 갖고 있는 이들은 어른과 ‘똑같이’ 사랑을 하고 싶어 한다. 10대가 생각하는 ‘어른 같은 사랑’은 어디까지이며, 사회는 ‘법적 성인’이 아닌 이들의 사랑을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까?


성관계 청소년,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중·고교 재학 중인 청소년(만 13~18세) 6만8043명을 대상으로 한 ‘2015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이는 전체의 5%였다. 40명 정원인 학급의 경우, 한 학급에 평균 2명이 성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남자의 비율(7%)이 여자의 비율(2.8%)보다 훨씬 높았다. 남자 고등학생의 경우는 응답자의 10%가 성관계를 했다. 성관계 시작 연령은 만 13.2세. 중1 때다.

요즘 10대들 사귄다는 말은
성관계도 가능하단 의미


학교 현장에서는 “실제로 체감하는 건 5%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한다. 성교육 강사인 노미경씨는 “요즘 10대들이 ‘사귄다’는 단어를 쓸 경우 성관계까지도 생각하는 게 그들의 문화다. 이성친구와 언제 성관계를 할지 고민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교사인 박수현(가명·34)씨는 “성관계를 하지 않더라도 스킨십 수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교실에서 여자친구가 남자친구 무릎 위에 앉거나 둘이서 진한 키스를 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더는 불량 청소년이나 탈선에만 국한할 수 없을 정도로 반 아이들이 이를 자연스러운 광경으로 받아들인다”고 했다. 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중학생 1290명을 대상으로 ‘이성친구와의 신체접촉 가능 범위’를 조사한 결과 3분의 1 이상이 ‘키스하기’, 열 명 중 한 명이 ‘몸 만지기’라고 응답했다. ‘성관계’라고 응답한 비율도 9%나 됐다.


‘더 테이블’이 성관계 경험이 있는 남자 고등학생 10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고학년 때나 중학교 때 이미 첫 성관계를 했다. 한 명을 제외하고, 상대는 모두 여자친구였다. 장현성(가명·17)군은 “중학교 때 같은 반 여자친구와 1년쯤 사귄 뒤 성관계를 맺었다”고 말했다. 박윤형(가명·16)군은 중학교 3학년 때 3년 사귄 여자친구와 처음 성관계를 맺었다. “교제 사실을 양쪽 부모님이 모두 알고 계셔서 자주 집에 가 놀았다. 1000일이 지나고 여자친구 의사를 물은 뒤 성관계를 맺었다. 둘 다 첫 경험이었다”고 했다.


10명 모두 ‘집’과 ‘멀티방’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고 응답했다. 멀티방은 노래방·PC방·비디오방 등의 기능을 한군데 합쳐 놓은 밀폐된 공간으로 청소년들이 애용하는 데이트 장소다.


중·고교생이 데이트 장소로 애용하는 '멀티방'. /인터넷 캡처

무조건 No? 그릇된 성지식 바로잡아야

대부분의 중·고교는 청소년 간 성적 접촉이나 성관계를 금지한다. 이성 교제를 아예 막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일선 교사들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말한다. 이미 초등학교 때부터 이성교제를 시작하고,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중학생 때부터 성인과 비슷한 수준의 연애를 하는 이들을 ‘아이’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성(性)의 의미를 제대로 가르쳐주고 안전한 관계에 대한 교육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콘돔 사고 싶어도 눈치보여...
절반이 피임않고 관계


심층 인터뷰에 응한 10명은 “콘돔과 같은 피임도구 사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고 대답했지만, 콘돔을 “매번 사용한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사용해봤다”는 한명의 응답자는 콘돔을 지하철 자판기에서 뽑았다. “콘돔을 사고 싶어도 편의점에 들어가면 눈치가 보여 살 수가 없다”고 했다. ‘2016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서도 성관계를 한 청소년 중 피임을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절반에 못 미쳤다. 박은철 연세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2015년 12월 발표한 논문 ‘청소년의 성병감염과 첫 성경험 나이’에 따르면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의 7.3%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다.


피임, 성병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 말고도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청소년 성상담가 박윤애씨는 “인터넷과 음란물을 통해 습득한 잘못된 성지식과 성인식을 바로잡아주는 게 가장 절실하다”고 했다. 사랑하는 사이에서 성관계가 어떤 역할이나 의미를 갖는지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여자 고등학교 교사인 박혜연(가명·36)씨는 “여학생들이 아파트 비상구, 독서실 같은 데서 성관계를 하다가 걸리는 경우가 있다. 이들은 첫 성관계를 한 계기에 대해 ‘싫다고 하면 남자친구가 안 좋아할까봐’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성관계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연애를 하고 상대를 좋아하면 해야 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자녀의 이성교제 관심 갖는 부모도 늘어

전문가들은 “더 이상 아이들에게 이성교제와 육체적 관계를 금지만 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억압을 통해 형성된 그릇된 성인식이 성폭력이나 성매매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을 놓칠 수 있다.


2013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성교제 찬성’에 76%가 손을 들었다. ‘어린이들도 이성을 좋아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다. 어릴 때부터 이성과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10대와 청소년기 이성과의 접촉을 금지당한 40~50대 부모 사이 좁히기 어려운 간극이 여기서 발생한다. 온라인 포털 10대 게시판에는 이성교제를 하다가 학교에서 징계받고 부모에게 혼난 청소년들의 고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학교에서 남친과 키스하다 걸려서 부모한테 휴대전화까지 빼앗겼다”는 불만을 올려놓은 고1 여학생은 “엄마는 무조건 대학 가면 연애해도 된다고 한다”라고 했다.


하지만 이성교제의 시작 연령이 어려지고 광범위해지면서, 최근에는 자녀의 교제를 허락하거나 긍정적인 관심을 보이는 부모도 늘고 있다. 김재연(45)씨는 “올해 대학에 들어간 첫째딸이 중·고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혹시 연애를 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는데, 중학교 다니는 둘째딸에게는 ‘남자친구 생기거든 엄마에게 보여줘’라고 말한다. 몰래 교제하는 게 오히려 아이들한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부모가 알고 있는 관계라면 아이들도 수위를 조절할 수 있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비틀스는 “당신들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이라고 노래했다. 어른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면, 이들과 같은 수준의 욕구를 가진 청소년들도 사랑을 필요로 한다. 경계해야 할 것은, 이들이 이성(異性)을 두려워하거나 엉뚱한 환상을 갖는 것이다.




실효성 없는 교육현장 性교육

‘술도 깰 겸 비디오방에서 쉬었다가 가자. 아무 짓도 안 할게.’ ‘집에 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야. 한 잔만 더 마시면 집에 보내 줄게.’

교육부가 지난해 3월 내놓은 ‘학교 성교육 표준안―고등학교 지도안’ 233쪽에 나온 내용이다. 질문은 ‘데이트할 때 주의해야 할 상대방의 말’이었다. 고교생 남녀의 대화에 ‘술’이 등장하는 것도 모자라 지금은 자취를 감춘 ‘비디오방’까지 등장한다. 이 황당한 교안(敎案)을 제작하는 데 국비 6억원이 들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교육부는 지난 7월 이 표준안을 홈페이지에서 삭제했다.


‘2016 청소년 건강 행태 온라인 조사’에 따르면 중·고교생의 ‘연간 성교육 경험률’은 2015년 73.3%를 기록했다.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성교육을 받지만 교육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처럼 내용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조선일보 DB

‘더 테이블’이 지난 9일 ‘성 경험이 있다’고 밝힌 남자 고교생 10명을 심층 취재한 결과 “공교육 현장에서 받은 성교육에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다현(가명·17)군은 “중학교를 전후해 성관계를 맺는 학생들이 많은데, 성교육은 언제나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다’는 것을 전제로 이뤄진다”고 했다. 이원형(가명·18)군은 “무조건 욕구를 억누르라고만 가르치는 성교육은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안전한 성관계를 맺는 방법 등 현실적 대안을 들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중·고등학교 상담교사인 장미영씨는 “학생들 질문 중 ‘구강성교로도 성병에 걸릴 수 있나요?’ ‘남자 친구가 콘돔 쓰기를 싫어할 때 어쩌죠?’처럼 실제 성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것들이 많은데 현재의 성교육 지침은 이를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10대가 되기 전 성교육을 시작해 2차 성징을 맞는 청소년기에는 실제 성생활과 관련된 성교육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네스코의 ‘국제 성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5세부터 성교육이 필요하다. 핀란드는 1970년부터 성교육을 필수 교과로 채택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중·고생에게 연간 10시간의 성교육을 실시하도록 했으나 입시 교육 때문에 한참 밀려나 있다. 성교육 시간이 연간 평균 5.3시간에 불과한 한국에 비해 핀란드는 연간 40~50시간에 이른다. 특히 성적 호기심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초·중등학교 7~9학년(한국의 중학 과정에 해당) 학생들에게 성교육을 집중적으로 한다.


해외의 성교육 사례를 연구한 노미경씨는 “성교육이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스웨덴은 만 4세부터 성교육을 하고, 15세가 되면 피임을 교육한다. 우수 사례로 꼽히는 독일도 3~4세 때 성을 가르치기 시작해 13세 이후엔 정확한 피임법과 임신했을 때의 대처법을 가르친다”고 했다.


“독일 유치원에 가서 보니 아이들끼리 인형놀이를 하며 아기가 생기고 태어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더군요. 낯 뜨거울 정도로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진 만화책을 보고 아이들이 충격을 받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선생님 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요’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