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016.09.22 윤형덕 하늘고 역사 담당 교사)
[카탈루냐와 스페인]
최근 독립 주장하며 대규모 시위
프랑크왕국 귀족 '변경백'이 통치… 스페인 내륙과 역사적 경험 달라
1936년부터 벌어진 '스페인 내전'
프랑코 독재 맞서 싸운 카탈루냐·헤밍웨이·조지 오웰도 참전했어요
지난 11일(현지 시각) 스페인 북동부에 있는 카탈루냐주(州)에서는 80여만명이 거리로 나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자"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어요. 이날 카탈루냐의 주지사는 독립을 위한 공식 투표를 추진한다고 발표했고요.
1714년 스페인에 편입된 카탈루냐는 오래전부터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어요.
스페인에 편입된 이후에도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지켜왔고요. 공식 언어도 스페인어와 카탈루냐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지난 2014년에도 카탈루냐 독립을 위한 비공식 주민 투표가 실시됐었는데 무려 81%가 독립에 찬성했답니다.
▲ 카탈루냐 시민들이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며 독립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는 모습이에요. /위키피디아
카탈루냐는 스페인 인구의 16%인 750만명이 살고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카탈루냐가 독립하게 되면 스페인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돼요. 카탈루냐의 주도(州都) 바르셀로나에 있는
세계적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도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에서 볼 수 없게 될 거예요.
대체 카탈루냐 사람들은 왜 독립을 원하는 것일까요?
◇프랑크왕국과 카탈루냐
카탈루냐는 스페인 내륙과 구분되는 역사적 경험들을 갖고 있답니다.
415년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족이 현재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반도에 서고트 왕국을 건설하고
300년가량 이베리아반도를 다스렸어요. 내부 갈등을 겪던 서고트 왕국은 8세기 무렵 지브롤터해협을 건너온
이슬람 세력의 침공을 받게 됩니다.
아라비아반도에서 형성된 이슬람 세력은 8세기 초에는 북아프리카 지역을 모두 장악할 정도로 세력이 막강했어요.
국력이 쇠한 서고트 왕국은 이슬람 군대를 막아내지 못했고, 이슬람 군대는 단 7년 만에 북서쪽 고산지대를 제외한
이베리아반도 전체를 점령했답니다.
이베리아반도를 장악한 이슬람 세력은 피레네산맥을 넘어 유럽 중심부로
진격했지만, 중심부에 있던 프랑크왕국은 서고트 왕국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았어요.
프랑크왕국은 이슬람 군대의 공격을 잘 막아냈고, 시간이 흐른 뒤에는 오히려
이베리아반도를 공격해 지금의 카탈루냐 지방에 있던 이슬람 세력을 몰아냈답니다.
당시 프랑크왕국의 왕 카롤루스 대제는 '변경백'이라 부르는 여러 귀족을
카탈루냐 지역에 배치해 이슬람 세력을 막도록 지시했어요.
시간이 지나자 바르셀로나 변경백이 주변의 변경백 지역을 흡수해 카탈루냐
전체를 장악했답니다. 서고트 왕국이 사라지면서 스페인 내륙은 이슬람 세력이,
카탈루냐는 바르셀로나 변경백이 통치하게 된 것이죠.
이때부터 이슬람 문화가 섞인 스페인 중앙 지역과 게르만족의 문화를 유지한 카탈루냐 지역의 문화적 차이도 생기게 되었어요.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과 좌절된 독립
이슬람 세력을 카탈루냐 지방에서 밀어낸 유럽 사람들은 이베리아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을 시작하는데
이를 '재정복 운동'이라고 해요. 무려 800년에 걸친 재정복 운동으로 이베리아반도에는 카탈루냐를 비롯해 카스티야-레온,
나바라, 포르투갈, 아라곤 등 유럽인들의 나라가 들어섰어요.
1137년에 아라곤의 여왕과 바르셀로나의 백작이 결혼하면서 아라곤-카탈루냐 연합 왕국이 탄생했고,
1469년 아라곤-카탈루냐 연합 왕국의 왕 페르디난드와 카스티야의 여왕 이사벨라가 혼인하면서 스페인 내륙과
카탈루냐가 합쳐진 스페인왕국이 탄생했답니다. 스페인왕국은 1492년 이슬람 국가인 그라나다왕국을 멸망시키고
이슬람 세력을 이베리아반도에서 완전히 몰아냈답니다.
하지만 카탈루냐 사람들은 왕들의 혼인으로 탄생한 스페인왕국을 탐탁지 않아 했어요.
역사적 기원이 다른 데다 경제적으로도 카탈루냐와 카스티야는 큰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죠.
카탈루냐는 중세 시대부터 지중해 무역을 통해 상업이 발전한 부유한 지역이었지만 스페인 내륙의 카스티야왕국은
농업 위주의 낙후된 경제를 갖고 있었어요. 게다가 영국과의 치열한 상업 경쟁을 벌이던 카탈루냐 사람들은
스페인 정부의 도움을 기대했지만, 카스티야의 귀족들은 카탈루냐의 상업을 보호하는 데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답니다.
오랫동안 불만을 누르고 있던 카탈루냐 사람들은 1699년 스페인 왕 카를로스 2세가 후계자 없이 죽으면서 벌어진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을 틈타 독립을 추진합니다. 당시 스페인의 왕위를 놓고 프랑스와 신성로마제국 간에 전쟁이
벌어졌는데, 카탈루냐 사람들은 "전쟁에서 승리하면 카탈루냐를 독립시켜달라"는 조건으로 신성로마제국을 지원했어요.
하지만 전쟁은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고, 카탈루냐는 프랑스 군대에 의해 점령당하고 말았어요.
◇프랑코의 독재에 맞섰던 카탈루냐
1936년부터 벌어진 스페인 내전도 카탈루냐에 큰 상처를 남겼어요.
1차 세계대전과 경제 불황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해진 틈을 타 프랑코 장군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자들과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켜 스페인을 장악했어요. 이에 맞서 민주주의 체제를 지지하는 카탈루냐 청년들과 전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청년들이 군대를 조직해 프랑코 군대와 전쟁을 벌인 것이 바로 스페인 내전이에요.
▲ 조지 오웰(왼쪽), 어니스트 헤밍웨이.
이 전쟁에는 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로
유명한 헤밍웨이와 '동물농장'으로 잘 알려져 있는 조지 오웰도 참전했답니다.
조지 오웰은 스페인 내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카탈루냐 찬가'라는 소설을
쓰기도 했어요. 그는 "스페인에서의 경험이 나의 모든 것을 뒤바꿔 놓았으며,
이후 나의 모든 작품은 전체주의에 반대하고자 쓴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하지만 전쟁은 프랑코가 이끄는 전체주의자들의 승리로 끝났고, 카탈루냐는 모든 자치권을 박탈당하고 프랑코 정권의
탄압을 받게 됩니다. 프랑코는 카탈루냐어도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1976년 프랑코가 죽고 민주주의가
회복되면서 카탈루냐는 다시 자치권을 갖게 되었지만, 이런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카탈루냐는 여전히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고 있답니다. 공식적으로 독립을 추진하고 나선 카탈루냐는 어떤 운명을 마주하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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