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성이 뛰어난 집시들은 우리 ‘사당패’처럼 방탕한 생활로 부랑자 취급을 받았으나, 18세기 이후 세속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함을 추구하는 생활양식이 보헤미안주의(Bohemianism)라는 나름의 문예사조로 자리잡게 된다. 개인주의와 자본주의 등에 대한 반발로 급진적 대중 정치운동의 형태를 갖출 때도 있었지만, 반문명적ㆍ무정부주의적 성향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산업사회에 대한 거부, 평화주의적 경향 등은 1960년대 미국의 히피(Hippie) 탄생에 자양분을 공급했다는 평가도 있다.
▦ 사라사테가 작곡한 아름다운 선율의 치고이네르바이젠(Zigeunerweisen)은 독일어로 집시(Zigeuner)의 선율(weisen)을 뜻한다. 푸치니는 1830년대 오페라 ‘라 보엠’을 히트시켰고, 프랑스 가수이자 외교관이었던 샤를 아즈나부르는 1965년 같은 이름의 샹송을 작곡하고 불러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10년 뒤 영국 출신 록밴드 퀸은 ‘보헤미언 랩소디(Bohemian Rhapsody)’로 세계적 밴드가 됐다. 이 노래는 ‘Mama, just killed a man(엄마, 사람을 죽였어)’이라는 가사 때문에 국내에서는 한때 금지곡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 집시는 180만~40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중세 시절 마녀사냥을 당했고, 2차 세계대전 때는 나치 독일에 60만명 이상이 학살됐다. 집시들은 가난하고 게으르다는 편견 때문에 범죄집단 취급을 받으며 오랜 세월 유럽 각국에서 추방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시리아 등 중동 난민의 유럽 유입이 급증해 반난민정서가 확산되면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욱 좁아졌다. 유럽인의 증오범죄, 차별대우가 심각해지면서 미국으로 달려가 망명을 요청하는 집시가 많아졌다는 소식이 안타깝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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