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물고기에 따르면 바다라는 분은 지금 동글이 눈에 보이는 모든 만물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절대로 나서거나 뽐내는 법이 없는 분이라고 하신다. 항상 자애로우셔서 모든 생명을 위해 많은 영양분을 만들어내 살리지만, 차별을 두어 누구를 더 사랑하거나 누구를 덜 사랑하지 않고 모두를 받아 주시는 분이라고 하셨다. 동글이가 무서워하는 괴팍한 상어 아저씨나 못생긴 가재 아줌마에게까지도 똑같은 사랑을 주신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더불어 우리는 그분 모습을 볼 수 없지만 그분은 항상 우리 가까이 계셔 만물의 움직임을 다 아신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물고기가 힘들고 어려운 순간 위대하고 성스러운 존재인 바다에게 기도를 올리며 귀한 진주 보석이나 값진 음식을 바치는 풍습이 이어져 왔다.
하지만 위대한 존재 바다를 직접 눈으로 보거나 만나 본 물고기는 손꼽을 정도로 적다고 전해져 내려왔다. 몇몇 특별한 물고기들만이 긴 구도 여정 끝에 간신히 만났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들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들이 했던 구도의 여정은 뼈를 깎는 인내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어서 보통 물고기들은 엄두조차 낼 수 없는 것이었다. 우선 집을 떠나기 전부터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을 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음식의 양을 평소의 3분의 1로 줄이고, 이성을 가까이 해도 안 되며, 마음속에 삿된 욕망이나 잡스러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바로바로 참회 기도를 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