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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흥의 한반도 In & Out]英 공군이 한반도로 출격하는 까닭은

바람아님 2016. 10. 31. 00:14

동아일보 2016-10-29 03:00:00

한기흥 논설위원

 어수선한 한반도 상공에 영국 공군기들이 뜬다. 11월 4∼10일 한국 미국 영국 공군이 사상 처음으로 공동 실시하는 ‘무적의 방패(Invincible Shield)’ 훈련을 위해서다. 영국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4대와 보이저 공중급유기, C-17 전략수송기 등이 한미의 전투기와 ‘가상의 적’ 지휘부와 군사시설을 정밀 타격하고 적 항공기들을 대거 공중 요격하는 연습을 벌인다.


러시아는 감(感) 잡았다

 한국의 동맹도 아닌 영국이 민감한 훈련에 이례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심상치 않음을 러시아가 간파했다. 외교부 대변인이 “영국 공군이 한반도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 왜 영국 공군은 한반도 전장의 특성을 알려고 하는가. 리비아를 폭격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가?”라고 따졌다. 영국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이슬람국가(IS) 등을 겨냥한 군사 대응에서 늘 미국 편에 섰으니 문제 제기를 할 만하다.

 영국 공군은 한국에 오기 전 일본 에서 항공자위대와 ‘가디언 노스 16’이라는 첫 연합훈련을 벌인다. 2월 영-일 ‘2+2’ 외교·국방장관 회담 때 일본이 제안했다. 그 연장선에서 이뤄지는 한미영 훈련은 북핵 문제의 군사적 해결에 미국이 나설 경우 영국도 동참할 수 있음을 천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영국은 올해 3월 키리졸브 훈련과 8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에도 참여했고 유엔군사령부의 전력 제공국으로서 한반도 안보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북 군사 대응이 통상적인 한미동맹 차원을 넘어 다국적 형태로 진전되는 양상이다.

 북한이 노동당 창건 기념일인 10일 우려됐던 도발을 않고 넘어가 다소 소강상태지만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는 그대로다. 미국에선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을 비핵화하는 대신 핵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해 파문이 일자 백악관과 국무부가 황급히 나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진화했다. 북이 대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것은 최근 말레이시아 접촉에 나선 미 전문가들도 확인했다.

 21일 알래스카에서 끝난 다국적 공군 합동훈련 ‘레드 플래그’에서 한미는 북 주요 시설을 정밀 유도탄으로 치는 실사격 훈련을 했다. 한반도에선 침투가 전문인 한미 특수부대가 북 내륙의 핵심 시설을 파괴하는 연습을 했다. 김정은을 제거하는 ‘참수 작전’과 대북 선제타격은 북이 핵을 포기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것이지만 상황이 악화되면 실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김정은이 요즘 동선을 꼭꼭 숨기고 경호를 부쩍 강화한 것이 다 이유가 있다.


‘최순실 늪’에 빠진 대북정책

 대북 군사 옵션은 전면전을 각오해야 할 최후 수단이므로 한국의 동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한다. 후폭풍이 도저히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북의 핵 보유를 현실로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하자는 타협론이 나올 수도 있다. 국론이 쪼개질 경우 궁극적인 선택은 대통령 몫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늪’에 빠지면서 한국이 북핵 문제의 주도권을 놓치는 것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박 대통령이 고심 끝에 어느 쪽이든 결단을 내리면 과연 국민이 납득하고, 국제사회도 경청할까. 최순실 파문으로 대북 압박의 동력이 떨어져 북이 덕을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기흥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