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조선일보 2013.08.08 신수진 사진심리학자)
사소하고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 낯선 조합을 찾아냈을 때, 사물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한 물건이 시야에 가득 차 들어올 때, 빛과 그림자처럼 당연하게 여기던 짝들이 서로 밀쳐내듯 독립적 힘을 지닌 것처럼 보일 때, 특정 거리에 있는 대상을 선명하게 보기 위해 주의를 집중하면 주변이 아득하게 몽롱해지는 것을 느낄 때, 우리는 시각 경험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원초적 즐거움에 빠져들곤 한다.
시각 과학자들에 따르면, 일상적 시각 활동의 첫 번째 질문은 '대상이 무엇인가'이다. 전경과 배경을 구분하여 대상의 이름을 파악하고 나에게 유해한지 아닌지를 파악하는 것이 생존과 관련된 시각 활동의 기초라는 것이다.그렇다면 예술은 어떠한가? 시각예술 작품도 역시 시각 활동을 통해서 감상하는 것이므로, 작품을 접하는 사람들도 같은 첫 질문을 거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거기에 멈춘다면 예술적 체험의 폭은 터무니없이 줄어들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술 경험은 첫 번째 질문, 즉 생존과 관련된 시각의 일차적 목표를 뛰어넘는 과정에서 비로소 의미를 지니게 된다.
사진은 이런 점에서 매우 불리한데, 누구나 한눈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속성 때문에 오히려 그다음 단계의 감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 찍힌 것은 포크이다. 이렇게 답하고 나면 그다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답'이 아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은 '포크'가 아닌 '그림자'이다. 포크를 넋 놓고 쳐다보는 것은 한심한 일일 수 있겠지만,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은 관찰이며 발견이고 감상이다. 그림자는 주인공이 아니며, 그림자는 변화하는 것이고, 그림자는 밝혀진 세상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것에 우선적 가치를 두게 되면 나 자신을 정답이 있는 세계에 가두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보다는 소비하고 즐기는 일에서 자신만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적어도 이 사진을 찍은 케르테츠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
오늘도 포크와 그림자가 묻는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사진은 이런 점에서 매우 불리한데, 누구나 한눈에 답을 얻을 수 있는 속성 때문에 오히려 그다음 단계의 감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약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에 찍힌 것은 포크이다. 이렇게 답하고 나면 그다음은 없다. 하지만 우리에게 '답'이 아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것은 '포크'가 아닌 '그림자'이다. 포크를 넋 놓고 쳐다보는 것은 한심한 일일 수 있겠지만, 그림자를 바라보는 것은 관찰이며 발견이고 감상이다. 그림자는 주인공이 아니며, 그림자는 변화하는 것이고, 그림자는 밝혀진 세상의 뒷모습이기 때문이다.
먹고사는 것에 우선적 가치를 두게 되면 나 자신을 정답이 있는 세계에 가두어야 한다. 먹고사는 일보다는 소비하고 즐기는 일에서 자신만의 생산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적어도 이 사진을 찍은 케르테츠는 그런 사람이었을 것 같다.
오늘도 포크와 그림자가 묻는다. 무엇이 보이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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