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내려다본 초봄의 들판은 추상화 한 점처럼 보였다. 세모 네모 울퉁불퉁 논두렁은 대지에 선명한 그림을 그려 넣었다. 살며시 내린 춘설(春雪)은 화가의 손길에 이끌리듯 그 위에 새로운 색을 입혔다.
사진가 최재영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문득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 쓰셨던 조각보를 떠올렸다. 조각보는 비뚤비뚤
이어졌지만 알뜰했던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담고 있었다. 불규칙하면서도 정감 있는 조각보가 우리의 논밭 모양과 너무도
닮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 내린 초봄의 들판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저 풍경을 일궈온 농부들의 부지런한 마음이 조각보처럼
대지를 아늑하게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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