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년 만에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달이 어두운 골목길을 내려다보고 있다. 길을 걷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슈퍼문’이라더니, 그렇게 커 보이지도 않네. 그는 복잡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소원을 빌어야 하는데, 마음속에 있는 수많은 욕망들 가운데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는 중이다. 달은 그를 굽어보며 고개를 젓는다. 이미 상황은 종료되었다. 달빛을 마주하는 순간 곧장 마음속에 떠오른 바람이어야만 소원이라 할 수 있을 테니. 이것으로 할까, 저것으로 할까 고민하는 동안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믿음은 사라지고 만다.
소원이란 무엇일까. 행복해지고자 하는 집요한 욕망이라기보다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간절한 믿음에 가까울 것이다. 돈 좀 벌게 해주세요, 내 자식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게 해주세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욕망이 소원이라는 이름으로 달을 향해 되뇌어지고 있겠지. 그러나 아름답고 총명한 달빛은 끊임없이 요구하고 서로 충돌하는 욕망들을 실현하고 충족하는 방식으로 그 많은 소원을 이루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이 행복해지면 다른 사람들이 그만큼 불행해지는, 그런 행복을 도대체 행복이라 할 수 있을까, 달빛은 넌지시 되물을 것 같다.
내일 아침에 마실 우유를 사러 동네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던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18년 뒤에야 다시 볼 수 있다는 특별한 달을 마주하는 순간, 어느 집 창문에서 나지막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온다. ‘잡힐 듯 말듯 멀어져 가는 무지개와 같은 길…’ 소원을 떠올리려 애쓰던 그는 어쩌면 행복이란 저잣거리를 떠돌아다니는 소문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긴다. 이제껏 자신이 바라고 원했던 많은 것들과는 상관없이, 눈앞에는 늘 이처럼 좁은 골목길 하나만 오롯이 남곤 했으므로. 저 높은 곳에 떠 있는 달은 어둠 속에 홀로 서 있는 사람이 안쓰러워 속삭인다. 욕망이 반드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소원은 다른 방식으로 응답받을 것이라고.
글=부희령(소설가), 삽화=공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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