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 2016.12.04 20:00
중학교 시절 기말고사가 끝나는 날 단체로 영화를 관람하곤 했다. 그때 봤던 ‘아마조네스’는 사춘기에 접어들었던 우리 또래들에게는 충격적이었다.
‘007’ 시리즈의 명감독 테렌스 영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는 수십 명의 늘씬한 미녀 전사들이 이웃 나라 남자 전사들과 각각의 텐트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종족 보존을 위한 것으로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버리고, 여자는 키워서 무술을 연마시켰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마존(아마조네스는 복수형) 종족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 아마존이 세계 역사에 등장하는 것은 트로이 전쟁 때다. 그리스가 트로이에 쳐들어오자 트로이 인근 지역 전사들이 돕기 위해 몰려왔다. 그 중에는 섬나라 레스보스의 여왕과 그녀를 수호하는 여궁수들이 있었다. 레스보스는 반항을 우려해 남자 노예들에게 무기를 주지 않았고, 여궁수들이 국방의무를 담당했다. 여궁사들은 가슴 때문에 활쏘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성인식 때 오른쪽 유방을 떼어냈다. 조승연의 책‘비즈니스 인문학’에 따르면 이들은‘가슴(mazos)이 없다(a)’고 해서 아마조스, 혹은 아마존이라고 불렸다.
▦ 아마존은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콰도르 가이아나 수리남 베네수엘라 등 8개 국가에 걸쳐있는 거대한 지역. 세계에서 가장 넓고,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열대 우림이다. 이 곳이 아마존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은 1540년대 스페인 원정대와 원주민 간 전투 때였다. 원정대가 페루의 나포 강에서 출발해 아마존 강의 입구까지 항해하는 동안 이 지역 원주민들의 공격을 수 차례 받았다. 그들 중 남자들과 어울려 함께 싸우는 원주민 여전사들을 발견하고, 원정대가 여전사 아마존을 떠올린 것이다.
▦ ‘지구의 허파’라는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이 계속 확대된다는 소식이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에 따르면 2015년 8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년간 아마존 열대우림 7,989㎢가 파괴됐다. 이는 충청북도(7,407㎢) 면적보다도 큰 규모다. 한때 감소세를 보이던 아마존 열대우림 파괴 면적은 최근 수년간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요인은 불법 벌목, 화전 농업, 산불, 정부의 관리소홀 등이다. 대규모 벌목이 이뤄지면 갑작스럽게 많은 햇빛에 노출된 인근 마을 원주민 전체가 시력을 잃기도 한다는 보고가 안타깝다.
조재우 논설위원
'人文,社會科學 > 時事·常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프리카 문호 소잉카 “트럼프의 미국 떠났다” (0) | 2016.12.07 |
---|---|
[림펜스의 한국 블로그]상상을 뛰어넘는 민주주의의 현실 (0) | 2016.12.06 |
"나를 기념하지 말라"..무에서 무로 돌아간 혁명가 (0) | 2016.12.04 |
[동아광장/박정자]프랑스혁명의 진짜 희생자들 (0) | 2016.12.02 |
[세계포럼] 탈북민은 두려워 마시라! (0) | 2016.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