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베이징 지국 사무실에서 200미터 거리에 주중 쿠바 대사관이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정오 무렵 이 일대 도로와 보도까지 통제돼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한참을 돌아야 했습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피델 카스트로의 서거를 추모하기 위해 쿠바 대사관을 방문했다고 합니다.
카스트로의 죽음에 대해 시진핑 주석은 사회주의 발전에 불후의 공헌을 했으며 이 시대의 위대한 인물로 역사와 인민이 기억할 것이라고 칭송했습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도 미국에 대항해 사회주의의 길을 견지한 영웅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지금도 쿠바 대사관 앞에는 카스트로의 죽음을 애도하는 화환과 조문객들이 눈에 많이 뜨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새삼 내가 사회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최근 고고도방어시스템 사드 배치를 둘러싼 중국 측 반응을 보면서도 각인되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사드 배치 부지 결정 이후 만나는 중국 공무원과 심지어 중국 회사 CEO들과의 대화에서 화두는 똑같았습니다. ‘사드’였습니다.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에 한국이 들어가는 것이며, 중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 때문에 자신들은 사드 배치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또 사드 배치의 진전 상황에 따라 불이익이 있을 거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리 전개는 외운 듯 똑같았습니다.
실제로 사드 배치가 진행되면서 중국의 보복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한류에서 비자, 그리고 기업 활동까지... 공식적인 문건은 없지만 중국 사회는 지역이면 지역, 회사들은 회사별로 서서히 공산당의 지침을 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지요.
이런 분위기는 취재를 할 때도 마찬 가집니다. 최근 지방 정부에 ‘일대일로’와 관련된 취재를 위해 정식 취재 신청을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시책이어서 당연히 허가가 날 줄 알고 2주 전에 신청을 했는데, 계속 답변을 주지 않고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그리고 취재 일정 전날, ‘시기상으로 좋지 않다’는 공문 하나 보내며 지방 정부는 취재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기상으로 좋지 않다’는 얘기가 뭐냐고 물어봤지만, 위에서 결정한 사항이라며 더 이상의 질의를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알아서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사드의 영향, 사회주의 체제가 저한테도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그것도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고, 경제는 자본주의로, 정치는 사회주의 형태로 운영된다고 말하곤 하지만 사실 딱 떨어지게 정의 내리기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한국의 사태를 매 시간 상세히 보도하면서 민주주의의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뽑은 대통령이 이런 부패 행적을 보인다며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가 더 우월하다고 선전하기도 합니다. 이런 논리를 주입 시키는 사회주의 중국에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듣고 있던 중국에서 오래 계셨던 한 지인의 말씀입니다. 그래도 어쩌겠냐,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이고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인데.. 중국이 사회주의 일당 독재 체제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느냐고. 그러면서 우리의 힘을 키우며 세계 기준에 어긋나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서는 합리적 항의와 대책으로 이겨나갈 수 밖에..
또 이런 상황일수록 무턱대고 중국을 비난하지만 말고 우리의 논리로 그들을 하나씩 설득해 나가자, 동북공정 마늘파동 다 극복하고 한중 관계는 발전했다, 이럴수록 흥분하지 말고 ‘시기상으로 좋지 않은’시절, 이 시기를 극복하자고.
저는 새로운 중국 취재를 위해 다시 취재계획을 짭니다.
김진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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