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일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끌 차기 미 정부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나타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중국과 미국이 강대국들 사이에서 새로운 관계 건설을 촉진하려면 서로 충돌하거나 대립해선 안 된다"며 "양국은 '제로(0) 섬'(한쪽이 이득을 취하면 다른 쪽은 손해를 보는 것) 사고 버리고 서로의 전략적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특히 "현재 미국이 정권교체기에 있지만, 우린 새로운 출발점에서도 중·미관계의 순조로운 전환과 안정적인 발전 등을 위해 미국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지난 1970년대 미국과 옛 소련의 관계 개선 및 미·중 수교 등을 이끌어낸 장본인으로서 최근엔 트럼프 당선인과 만나 외교·안보정책 분야에 대한 자문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앞서 선거과정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의사 등을 밝힌 바 있으며,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주변국의 갈등 상황과 관련해서도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때문에 시 주석의 이날 키신저 전 장관 면담은 차기 미 정부의 대(對)중국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그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을 전달하는 자리가 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중국인민외교협회 초청으로 지난 1일부터 중국을 방문 중이다.
시 주석은 이날 면담에서 미·중 양국의 고위급 교류와 경제·무역 분야를 중심으로 한 실질협력 확대, 그리고 국제사회와 지역의 주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소통·협력 등을 강조하며 "양국의 차이점과 서로 다른 견해를 건설적인 방법으로 적절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키신저 전 장관에게 "오랜 기간 (미·중) 양국관계 발전을 위해 공헌해왔다"고 사의(謝意)를 표시하면서 "양국의 근본적 이익에 부합하는 중·미 관계 발전이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안정 및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키신저 전 장관도 "미·중 관계는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있어서도 중요하다"며 "난 미·중 관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이면서 보다 나은 발전을 할 것으로 믿는다. 미국의 새 정부도 그렇게 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본인도 "미·중의 상호 이해 증진과 교류·협력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날 시 주석의 키신저 전 장관 면담엔 양제츠(楊潔篪) 국무위원도 자리를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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