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 2016.12.06 03:15
"세상 일은 '될 대로 되는 것'입니다."
연일 이어지는 어지러운 뉴스를 읽다 8년 전 법정(法頂·1932~2010) 스님과의 만남에서 들은 이 말이 떠올랐다. 스님이 말한 '될 대로'는 일반적으로 흔히 생각하는 자포자기(自暴自棄)가 아니다. 스님은 '될 대로'에 대해 이렇게 덧붙였다. "'준비된 대로'라는 뜻입니다. 씨앗을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입니다." 한마디로 '자업자득(自業自得)', 즉 '업(業)'의 엄중함을 강조한 이야기다.
미신적 요소를 꺼리는 스님이었지만 여러 법문에서 '업'과 '업의 파장(波長)'을 자주 강조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은 곧 업이 됩니다. 우리 마음속에 그와 같은 씨앗이 뿌려지는 것입니다." 그는 또 "죽고 난 후에 우리에게 남는 것은 집? 예금? 명예? 모두 아니다. 오직 덕(德)이 삶의 잔고(殘高)로 남는다"고도 했다.
스님이 업을 강조한 것은 다음 생에 잘 살자는 뜻만은 아니다. '지금, 여기'를 잘 살고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한다는 쪽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부모가 지은 업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쳐 고통받는 모습을 보게 되는 사례까지 법문에서 소개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금생(今生)에 지은 업이 윤회한 후 다음 생의 자신에게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금생의 자신에게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뜻이었다.
천주교 대표 지성으로 꼽히는 원로 정의채(91) 몬시뇰의 지론은 '제대로'와 '한 만큼'이다. 그가 말하는 '한 만큼'은 법정 스님이 말한 '될 대로'와 비슷한 뜻이다. "제대로 하지 않고, 자신이 한 것보다 많이 바라기 때문에 정치·사회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두 종교인이 말한 '될 대로'와 '한 만큼'의 결과이다. 수많은 사람의 충고와 건의를 무시한 불통의 씨앗, 대통령이 비선(�線)에게 국정을 '코치'받고 상의했다는 씨앗, 사건이 들통난 후에도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와 떠넘기기를 거듭한 씨앗들이 지금 우후죽순처럼 발아(發芽)하고 있다. 제대로 하지 않고, 한 만큼이 아니라 한 것보다 더 바라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 결과는 매 주말 촛불시위 참가자 수를 경신하는 열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젠 호미로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법정 스님은 "스님을 믿지 말라"고도 했다. "스님은 절에서 한때 머물다 가지만, 신도들은 대를 이어 이 도량을 지키고 보살펴야 합니다." 이 말에서 스님을 정권·대통령, 신도를 국민, 도량을 대한민국으로 바꿔 읽으면 바로 우리 현실이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으라(自燈明 法燈明)"는 부처님 최후의 당부도 강조하곤 했다. '주인 의식'이다.
지금도 우리는 매 순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 씨앗이 어떤 열매로 돌아올지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지난달 동안거(冬安居) 석 달간의 집중 수행을 시작하는 결제 법회에서 한 조실 스님은 현 시국에 대해 일갈(一喝)하려다 삼켰다고 한다. 그가 원래 하려던 법문 한마디는 "속지 말자, 이 꼴 난다"였다고 한다.
우리가 지금 목도하고 있는 현실은 두 종교인이 말한 '될 대로'와 '한 만큼'의 결과이다. 수많은 사람의 충고와 건의를 무시한 불통의 씨앗, 대통령이 비선(�線)에게 국정을 '코치'받고 상의했다는 씨앗, 사건이 들통난 후에도 시원하게 털어놓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와 떠넘기기를 거듭한 씨앗들이 지금 우후죽순처럼 발아(發芽)하고 있다. 제대로 하지 않고, 한 만큼이 아니라 한 것보다 더 바라기 때문에 벌어진 일들이다. 그 결과는 매 주말 촛불시위 참가자 수를 경신하는 열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젠 호미로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법정 스님은 "스님을 믿지 말라"고도 했다. "스님은 절에서 한때 머물다 가지만, 신도들은 대를 이어 이 도량을 지키고 보살펴야 합니다." 이 말에서 스님을 정권·대통령, 신도를 국민, 도량을 대한민국으로 바꿔 읽으면 바로 우리 현실이 될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고, 진리에 의지하라. 자기 자신을 등불 삼고, 진리를 등불 삼으라(自燈明 法燈明)"는 부처님 최후의 당부도 강조하곤 했다. '주인 의식'이다.
지금도 우리는 매 순간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면서 씨앗을 뿌리고 있다. 그 씨앗이 어떤 열매로 돌아올지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하다. 지난달 동안거(冬安居) 석 달간의 집중 수행을 시작하는 결제 법회에서 한 조실 스님은 현 시국에 대해 일갈(一喝)하려다 삼켰다고 한다. 그가 원래 하려던 법문 한마디는 "속지 말자, 이 꼴 난다"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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