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文,社會科學/時事·常識

[제임스 후퍼의 비정상의 눈] 새해는 성장을 넘어 행복 추구의 한 해로

바람아님 2016. 12. 8. 23:33
[중앙일보] 입력 2016.12.08 01:00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제임스 후퍼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


2016년 한 해 동안 충격적인 일이 참으로 많이 벌어졌다. 영국·미국에 이어 한국도 그렇다. 그래도 12월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조만간 맞을 새해는 희망의 한 해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새해는 ‘경제 성장 집착증’에 대한 반성으로 시작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여러 서구 국가에서 그런 조짐이 보인다.

그동안 세계는 성장에 집착했다. 정치가들은 성장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해 왔다. 성장은 국가를 서로 비교하는 잣대고, 매일 뉴스를 장식하는 이슈다. 하지만 성장이 정말 사회의 활력과 삶의 질, 그리고 미래 대비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유용한 평가 기준일까? 현재 국내총생산(GDP)을 바탕으로 경제 규모와 성장률을 평가한다. 하지만 GDP만으로 어떻게 서로 국토 규모와 국민 문화, 사회적 가치 기준이 다른 나라들을 서로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을까?

제대로 비교하려면 성장이 제대로 담지 못한 다양한 가치를 살펴야 한다. 이를 위해 GDP를 대체할 새 척도가 필요하다. 이 척도는 돈은 물론 건강·안보·교육·환경·자유·행복 등을 고루 포함해야 한다. 사회 시스템이 미래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설계됐느냐, 자원의 사용과 환경오염에 따른 부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도 반영해야 한다.


새로운 경제·사회 패러다임도 필요하다. 여기에는 자원이 적게 투입되는 서비스 산업의 확대, 과도한 생산과 소비를 줄이기 위한 과소비의 진정, 고용 안정 보장,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과도한 급여 차이의 축소, 고용 확대, 사회 참여를 늘리기 위한 노동시간의 조절,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정부의 녹색기술에 대한 투자와 지원 확대를 가리키는 ‘녹색 케인스주의’도 함께 실행돼야 한다.

성장에 집착한 나라들에선 정부·기업·개인이 과도한 빚을 지는 일이 일상적이다.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자금을 빚으로 충당했다가 어느 날 부채가 경제를 압박하면서 결국 불황으로 이어지게 된다. 개인도 빚으로 집을 마련했다 거품경제가 붕괴하면서 피해를 보게 된다. 과도한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는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세금 증가와 복지 감축 등으로 사회 전체에 전가된다. 이는 결국 불평등을 유발하고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되며 지도층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우리는 2016년 이런 사례를 여러 나라에서 이미 목격했다. 새해에는 이런 문제점들을 자각하고 악순환을 끊기 위해 책임 있는 자본주의, 분별 있는 소비를 통해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운동이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영국인·JTBC ‘비정상회담’ 전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