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일을 하고 대가를 받는 직장이라면 다 그렇듯이 뭐 그다지 사정 봐주면서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이 일을 하는 건 그 스스로의 행복을 위해서라는 매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게 상식인 거다. 사람은 행복하기를 바라며 살아간다는 것. 사실 말이라도 저렇게 하는 게 어디냐 싶기도 하다. 말이라니 말인데 여기서 일을 하면서 아이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 한다거나 몸이 아프니까 출근할 수 없다는 데 대고 이래서 애 딸린 여자는 제대로 일을 못 한다거나 몸이 아프다고 쉬다니 정신상태가 틀려먹었다거나 하는 식의 이야기를 들어본 일은 없다. 이것은 이 사회의 상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으로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이라며 금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거기에 덧붙여진 것은 ‘라면의 상식화’다. (청와대는) 명예를 먹는 곳이며 어떤 즐거움도 없고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해야 한다는 내용도 덧붙여져 있다. 이게 무엇이냐 하면 지난 8월 사망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수첩에 적힌 청와대의 업무 지침이다. 이렇게 업무를 수행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같다’고 말하는 이유는 나에게는 이것이 도무지 상식적인 업무 지침으로 보이지 않을뿐더러 저런 말을 대놓고 할 수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